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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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부터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책을 한 권 만들어 볼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끝까지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재도 있을지 모르겠고..
요즘 하도 여러가지로 우리가 힘든 것 같아 한 번 올려봅니다.
저작권이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ㅋㅋ

1. 울면서 태어나다

1965년 1월 16일(음력). 낮 한 시경.
방 한 칸에 온 가족이 모여살고 있는 집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얼마나 울어댔는지.. 울음소리는 또 얼마나 컸던지..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외동댁은 좋아불겄네. 고로코롬 갖고자픈 아들을 낳았응께 ”

이 사내아이에게는 11살 많은 누나가 한 명 있었을 뿐이었기에
이 날은 그 집에서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아이를 받아 탯줄을 자르고 닦아서 엄마 옆에 뉘여주는 산파도 뿌듯한 마음으로 의기 양양했었다.
몰려든 모든 사람들이 함박 웃음을 웃고 있었고 아이를 낳느라 너무도 힘이 들었을 산모도 온 얼굴의 웃음 근육이 총동원되어 기쁨의 주름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막 세상에 나온 사내는 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무나 서럽게 울었건만 그 어느 누구도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우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슬퍼서 즐거움에 함께 하지 못하고 울어 댔을까.



무엇보다도 너무 아팠다. 온몸이..
나가고 싶지 않은데 무언가에 의해 강제로 떠밀려 나오면서 머리와 어깨가 짓눌려 너무 아팠다.
나오고 나서도 아픔은 가시지 않았고 숨을 들이마시려는데 무언가가 턱 막혔다.
다행히 물구나무를 서서 볼기짝을 두드려 맞고나서야 숨은 틔었는데
볼기마저 너무 심하게 아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렇잖아도 아프고 힘든데 왜 그리 세게 때렸다는 말인가.
아프다고 그렇게 소리쳤건만 들은 척도 안하고 신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은 무어란 말인가.




게다가 온 몸이 발가벗겨져 있었다.
때는 겨울이라 얼마나 추웠는지.. 창피한 것은 몰랐지만 추운 건 느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기 전까지는 정말 추워 죽는 줄 알았다.
나오자마자 죽으면 뭔 창피라는 말인가.
계속 물속에 있고 싶었는데 잠깐 담갔다가 꺼내버리니
자기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않은 산파가 미웠다.
천으로 싸고 이불을 덮어줬어도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방에 불이라도 팍팍 때든지..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온기를 완전히 느낄 때까지 고통은 계속 되었기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참을만한 것이었기에 웬만큼 울고 끝낼 수 있었을텐데...
아무리 멈추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은 그 울음의 의미를 당시에는 몰랐지만
자라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난 날은 정월 대보름 다음 날이었다.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는 명절 분위기가 이어지고
설날이나 정월 대보름에 음식을 하기 때문에 집에는 음식이 넘쳐났다.
비록 가난한 살림이지만 이때만큼은 여기저기서 가져온 음식들이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 나물이었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나물..
음식이 많으니 생일이라고 특별히 무언가를 해줄 필요가 없었고
그냥 남아있는 음식을 먹으라는 게 고작이었으니.. 오호 통재라..
설날부터 생일날까지는 그냥 쭈~~욱 명절이었을 뿐이고 생일은 풍습에 묻혀버렸으니
까닭없이 쏟아지는 눈물의 의미를 누가 알았으리요.
게다가... 학교 다닐 땐 방학이라 친구들에게도 축하 받을 기회가 없었으니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었으리요..


난, 정말 함께 울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다.


하지만, 모두가 웃고 있었을 뿐 그 어느 누구도 울어주지 않았다.


profile

유니스

2009.09.24 12:16:15
*.104.196.253

푸하하~
눈사람님, 유쾌한 글입니다.
저도 글을 읽으며 함께 못울어드려서 죄송해요.
연재를 기다립니다~~
근데 1월 16일 생일의 압박이....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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