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25일

빌라도의 재판(6)


빌라도가 또 물어 이르되 아무 대답도 없느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가 보라 하되(15:4)


빌라도의 입장은 지금 매우 난처해 보입니다. 유대 지역의 치안에 대한 총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니 산헤드린의 고발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정법에 의해서만 권한을 행사해야 할 총독의 입장에서 죄 없는 사람을 무턱대고 죽일 수도 없습니다. 예수가 반로마 무력투쟁을 사주한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목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산헤드린의 고발만 있을 뿐입니다.

산헤드린의 고발도 그렇게 명쾌한 게 못 됩니다. 산헤드린의 주요 관심사는 신성모독이었습니다. 빌라도의 관심은 사회 소요입니다. 이 두 사안은 별개의 것입니다. 신성모독은 순전히 종교적인 문제입니다. 산헤드린은 예수가 성전과 율법을 상대화하고, 하나님의 아들을 참칭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 문제는 빌라도에게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예수를 실정법으로 얽어맸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하나는 종교 문제를 정치 문제로 엮어보려는 산헤드린의 고육책입니다. 예수를 정치적인 색채가 강한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목으로 고발한 산헤드린도 속으로는 부끄러웠을 겁니다.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거였으니까요. 그래도 어쩝니까?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려면 이런 뻔뻔한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명민한 재판관이 있다면 이들을 무고죄로 법정 구속시켰을지 모르겠군요. 

다른 하나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는 평소 대립하던 이들이 힘을 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헤드린과 총독을 뿌리가 다릅니다. 서로의 존재 목적도 다릅니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대립적입니다. 산헤드린은 유대 공동체의 회복이 목표이지만, 총독은 그것을 억압하고 로마 제국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두 집단이 예수를 제거하는 일에서 의기투합했습니다.


martin

2009.09.25 07:21:18

다수의 민중은 대개 멍청한 들널이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어요.  그래 누군가가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은 예나 지금 -

외치는 소리가 많은  것 같은 오늘날에도... 그리고  또 미래에도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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