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28일

빌라도의 재판(9)


예수께서 다시 아무 말씀으로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 빌라도가 놀랍게 여기더라.(15:5)


산헤드린의 고발과 빌라도의 설득도 예수님의 침묵을 해제할 수 없었습니다. 이 침묵은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고 비명을 지를 때까지 계속됩니다. 예수님은 앞서 산헤드린 법정에서도 침묵을 지켰습니다.(막 14:60,61) 단 한 마디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은 종교와 정치의 최고 권력자 앞에서 각각 한 마디만 하신 셈입니다. 가능한 많은 말로 자기를 변호해야 할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예수님은 왜 입을 다문 것일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첫째, 지금 예수님을 고발한 산헤드린을 설득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누군지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처리하고 싶을 뿐입니다. 예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든지 산헤드린에게는 변명으로만 비쳐집니다. 둘째, 궁극적인 세계는 말로 설명이 안 됩니다. 예수님에게 일어난 하나님의 구원 통치 사건은 산헤드린이 절대 규범으로 삼고 있는 성전과 율법을 넘어서는 것이기에 구구한 말이 필요 없습니다. 예수님의 침묵은 당연한 겁니다.

제가 보기에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기의 운명을 사람들과의 이해관계에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받아들였다는 것이 대답입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라는 사명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그 사명에 따라서 가르치고 설교하고 죄를 용서하고 귀신을 쫓아냈습니다. 오직 그 한 가지 사실에 자신의 영혼을 걸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십자가 처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하나님에 의해서 주어진 길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는 길밖에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에게 영혼을 고정시킨 예수님이 빌라도 앞에서 어떤 말로 자기를 변호하지 않았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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