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게으른 농부, 쏠쏠한 수확

Views 2201 Votes 0 2009.09.29 09:46:44
관련링크 :  

 이번 여름에는 정원 구석 구석에 여러 가지 채소와 야채들을 심었습니다.

큰 토마토와 방울 토마토, 딸기 등은 앞 집 미국인 친구가 주어서 심었고,

깻잎, 상추, 부추, 쑥갓, 호박, 고추, 오이, 가지, 대파 등은 한국분들로부터 얻었습니다.

그리고 시금치는 한봉지에 1달러 정도 하는 것을 사다가 뿌렸습니다.

 

첫 농사라 오하이오 점토질 흙이 여름철에 딱딱한 시멘트처럼 굳어버린다는 사실을 몰라서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습니다.

멀치가 많이 쌓이지 않은 곳에 심은 것들은 땅이 굳어져 뿌리를 내리지 못해 자라지 않아서

중간에 빛이 많이 있고 멀치(거름흙)가 많이 쌓인 곳으로 옮겨 주어야 했지요.

여러 차례 옮긴 탓에 다른 사람들이 심은 것들보다 늦게 자라긴 했지만,

그래도 올 여름 풍성한 먹거리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름 내내 상추,깻잎, 시금치 뜯어다가 국수 등에 비벼주고 김밥에 넣어 먹는 등 실컷 먹었지요.

토마토는 가지 치기를 적당히 해주어야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대로 방치한 결과 너무 무성하게 자라

앞으로 옆으로 쓰러지고 해서 다 키운다음 죽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살아서 우리 가족들이 실컷 따 먹고 이웃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주기도 하구요.

호박, 오이, 가지는 화분에 심었는데 거름이 적은 탓인지 많이 열리지는 않더군요.

호박은 겨우 두 개 거두었고, 오이는 세 개, 가지는 두 개 거두었습니다.

 

가장 대박을 이룬 것은 앞뜰에 10 그루 정도 심은 고추였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사람들이 다니는 앞뜰에 야채를 심는 것은 대체로 금한다더군요. 그래서 살짝 뒤쪽으로만 심었습니다.

처음 고추를 따서 고추장, 된장에 찍어 먹으니 너무 맛있어, 덕분에 올여름 삼겹살을 자주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따 먹어도 열리니 요즘에는 각종 요리에 고추 다섯 개씩은 기본으로 썰어 넣고 있습니다.

몇몇은 조그만데도 새빨갛게 익어 가기도 합니다.

 

봄에 처음 심을 때만 정성을 쏟고 그 이후에는 물도 제대로 주지도 않은 게으른 농사꾼에게도 풍성한 수확의 기쁨이 넘쳤습니다.

아이들도 아침 저녁으로 먹거리들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며,

깻잎, 상추, 토마토, 고추 등 따는 심부름도 하면서 생명이 자라가는 것을 보는 새로운 경험들을 했을 거구요.

내년에는 올해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 튼실한 농사를 지어 볼 생각입니다.

6_17_09 056.jpg 

6_17_09 058.jpg 

8_8_2009 155.jpg 

8_8_2009 156.jpg 

8_8_2009 157.jpg 

8_8_2009 160.jpg 

8_8_2009 168.jpg 

 8_8_2009 159.jpg

8_8_2009 172.jpg 

8_8_2009 173.jpg 

2009-9-26 042.jpg 

2009-9-26 044.jpg 


profile

달팽이

2009.09.29 10:46:51
*.146.244.98

다양한 채소들을 심었네요.
저도 어머니가 키우는 것만 보다가  실제로 제가 심어서
씨앗이 자라는 것을 볼 때 얼마나 신기하고 관심이 가는 것을 느껴습니다.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아마 그 기분을 알지 못하는 것 처럼...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땅은 어머니다"라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했답니다.
이 땅의 모든 과일과 곡식을 자라게 하는 땅,
무수한 생명을 잉태하고 자라게 하는 땅,
이 말을 우연히 하게 되었는데,  정말 땅속에 무수한 생명의 힘과 에너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화였습니다.

아, 저 채소들을 보니 정말 먹음직하네요.
전문가가 심지 않아
더 정겹고 귀하게 느껴집니다.

저희 어머니가 우리 부부를 천하의 게으런 사람이라고 한번씩 부른답니다.ㅎㅎ
사실 게으른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어쩌면 게으러서 행복한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행복한 사진 잘 보았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profile

이방인

2009.09.30 07:41:02
*.118.129.226

달팽이님 덕분에 농사 지은 것 올릴 생각을 했었지요..^^
농사 짓는 분들이 보시면 소꿉 장난 같은 것이겠지요.
"땅은 어머니다"는 말을 저도 아이들에게 해 주어야겠네요.
그런데 션찮은 어머니를 둔 아이들이 그 말 뜻을 이해할 런지 모르겠네요..ㅎㅎ
profile

새하늘

2009.09.29 14:18:19
*.126.124.163

준 농부님으로 거듭나심을 축하 드립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풍성한 수확소식에 추석이 이제 며칠이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네요.
저의 어머니는 분재 등 키우는 것을 워낙 좋아하셨다는 이유로 저는 싫어합니다.
어머니의 명령으로 매일 물주기, 봄마다 화분갈이위해 산에서 흙 담아오기, 봄과 가을이면 무거운 분재와 화분들을 보일러실에서 옮기기 등에 대한 추억때문인지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입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조금씩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것 같습니다.
분재 그것보다는 생활의 양식을 위한 소박한 야채 농사가 더 좋아 보입니다.
저도 내년에는 베란다에 야채 농사한번 지어야 겠네요.
자라나는 생명의 소중함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요.
profile

이방인

2009.09.30 07:46:20
*.118.129.226

새하늘님께서 준농부라고 칭해 주시니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분재처럼 일부러 나무 줄기를 비뚤어 뜨린 나무가 정원에 있었어요. 모양은 아름다왔는데, 뿌리 근처에서 새로운 줄기가 쑥쑥 자라나는 거예요. 매해 그것을 잘라 주는 것도 일이더군요. 어느 해 남편이 죽은 줄 알고 도끼로 찍어내버려서 냅다 소리질렀는데 옆집 미국인이 듣고 있더군요..ㅎㅎ

새하늘님께서 베란다 농사 지으시면 잘 지으실 거예요.
산에서 거름흙도 가져다가 덮으실 것이고 요. 내년에 시도하시면 사진 올려 주세요.
참하게 생기신 새하늘님 사모님 생각 나네요.^^
profile

클라라

2009.09.29 18:05:21
*.234.41.70

오홋!! 이방인님께서 이제 반농사꾼 다 되셨구랴~!
저 탐스런 호박, 토마토 좀 보게..
방울토마토 농사는 참 잘 된것 같군요.
때깔이 아주 좋아요. 음..
글구..
토양은 달라도 모양새는 여기꺼나 진배 없네요.
전 미국땅에선 아무리 같은 씨앗이라도
변종이 생길 줄 알았거등요?
햐~ 신기해라..
그럼 열무, 총각무, 배추, 이런거 다 심어 먹을 수 있겠어요??
공부하랴, 애들 건사하라, 남편 챙겨 드리랴, 거기다 봉사활동에..
엄청 엄청 바쁘시지요?

서울은 요즘 날씨 정말 끝내 주네요.
남산엔 노랑 은행들이 나무에서 언릉 내려 달라고 난리들이랍니다.
아침저녁으로 그 놈들 주어다가 후라이팬에다가 구워먹으며 몸 보신 하고 있답니다.
기관지에 좋다케서요.

지난주에 모래알님이 교회에 오셨었는데,
이방인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건강 잘 챙기셔요.
공부하신다고 몸 너무 축내지 마시고요.
profile

이방인

2009.09.30 07:49:10
*.118.129.226

라라 언니, 여름 내내 자랑하던 농사, 사진으로 보니 시원찮아 보이지요? ㅎㅎ
마음 같아서는 정원 곳곳을 파서 총각무, 배추, 열무 등도 심고 싶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있네요. 이웃들 눈치도 있고 해서 적당히 해야지요.
은행 나무가 있어도 좋겠지만,
배나무를 심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슴다..

profile

정용섭

2009.09.29 22:11:21
*.120.170.243

와, 소박하고 탐나는 텃밭이군요.
나는 언제나 저런 텃밭에서
각종 채소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지요.
부럽습니다.
좋은 추석, 맞으세요.
profile

이방인

2009.09.30 07:52:18
*.118.129.226

정목사님,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목사님께서 꽃들을 가꾸시던 사진을 통해 뵈었는데, 목사님께서는 아마 정성으로
농사 지으실 것 같으세요. 배란다의 화분에다 상추 씨를 뿌려도 제법 풍성하게 얻으실 수 있을텐데요..

목사님께서도 즐거운 한가위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profile

모래알

2009.09.29 23:32:47
*.232.97.185

이방인님!
저는 금년 여름 지나면서 농사짓기(?)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벌레들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늘 잎사귀에 구멍들을 많이 만들곤 해서..
봄에 브로컬리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안 따고 그냥 놓아 두었더니 .
연노랑 꽃으로 활짝 피는 거에요.  브로컬리는 꽃으로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거죠.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볼까요? ㅎㅎ


IMG_0033.jpg 
Attachment
profile

이방인

2009.09.30 07:54:37
*.118.129.226

모래알님, 브로콜리 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내년엔 저도 브로콜리 심어봐야겠어요..
모래알님도 내년에도 꼭 도전해 보세요. 농사 수기 서로 나눌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한국 잘 다녀 오셨지요?^^

그리고 저는 좋은 글 기다리고 있슴다..ㅎㅎ
profile

유니스

2009.09.30 10:50:47
*.104.192.224

이방인님~
근데 저렇게 가만히 씨 뿌려놓고 물만 주면 자라나요?
게으르다 하시지만 숨은 땀방울이 배어있는 것 같아요.
저렇게나 여러 가지로 먹을 수 있는 걸로 키우시자면....
저희 아부지는 화초나 이런 거만 키우셔서 제가 항상 불평입니다.
"아부지..우리도 돈 되는 거 좀 키웁시다.
좀 먹을 수 있는 걸로 말임다~~"
란 대신에 비슷하게 생긴 파나 부추를 키우면 좋을텐데 말이지요.
이런 실용적인 키우기를 잘 못보고 자라서 무척 신기합니다.
내년에는 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합니다~~
profile

이방인

2009.10.02 06:09:48
*.118.129.226

유니스님, 심어 놓고 물도 처음에만 주고 잘 주지 않았는데 잘도 자라더군요. 잊어버리고 있는 사이 어느새 열매가 맺혀있고 먹거리들로 자라 있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유니스님께서 토마토나 고추나 상추를 한 번 트라이 해보세요. 햇볕만 잘 드는 곳이면 잘 자라거든요.
방울토마토는 힘도 들지 않고 아주 잘 자랍니다.
내년에 다시 하면 좀 더 잘 할 거 같아요. 지금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모으고 있습니다. 내년에 거름으로 쓰려고요.
일명 composting bin!

신완식

2009.09.30 16:35:49
*.112.188.83

내년엔 서울샘터 교회와 농산물 직거래를 하실 수 있겠군요 .
참 탐스럽고 먹음직하게 생겼습니다.
땅은 거짓이 없지요?
오히려 넉넉하구요.
제가 깻잎 광인데
이걸 보니 깻잎 찌짐 생각이 간절해지는군요.

profile

이방인

2009.10.02 06:16:16
*.118.129.226

신목사님, 그렇지 않아도 넓디 넓은 오하이오 지역 땅 중 쬐끔 사서 농사를 지어 보면 어떨까 생각도 합니다. 식량 위기네 뭐네 하는 소리도 들리고 한국 식량 자급률도 엄청 낮기도 하니까요. 지금 경기 불황이라 좋은 기회 같아요..주변에 온통 옥수수나 콩밭이거든요. 쌀 좀 심으면 농산물 직거래 해도 될 것 같아요..현재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생각들입니다만...ㅎㅎ
제 남편도 깻잎 광이에요. 깻잎 찌짐 쪼금 했더니 다들 잘 먹더군요. 그런데 깻잎은 우리랑 베트남 사람들만 먹는다고 하더군요.. 그리 맛이 좋은 것을...ㅎㅎ
신목사님, 나중에 한국에 가면 뵐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영국 살림 정리 잘 하시고 기쁜 마음으로 귀국하시기를 바래요..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4088 이런 존경스런 어른이 계시다니... [1] 첫날처럼 Oct 01, 2009 1334
4087 난 함께 울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3 [1] 눈사람 Oct 01, 2009 2573
4086 딸아이의 결혼을 앞두고 ............. [3] 이삭과리브가 Oct 01, 2009 1661
4085 KBS1TV 다큐멘터리'천상의수업' 방영안내 file [13] 김영진 Sep 30, 2009 3204
4084 나영이 사건을 보며... [8] 첫날처럼 Sep 30, 2009 2441
4083 다비안들은 <오두막>을 어떻게 보셨나요??? file [1] 이신일 Sep 30, 2009 2139
4082 이런 사람도 용서해야 하나요? [10] 눈사람 Sep 29, 2009 1653
» 게으른 농부, 쏠쏠한 수확 file [14] 이방인 Sep 29, 2009 2201
4080 우울한 소식 [7] 새하늘 Sep 28, 2009 2082
4079 미국이나 외국에 계신분께 여쭙니다. [8] 울진바다 Sep 27, 2009 2703
4078 난 함께 울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2 [5] 눈사람 Sep 26, 2009 1711
4077 조지아 가이드스톤 [1] 정성훈 Sep 26, 2009 3033
4076 이단 취급 받았어요!!ㅠㅠ [23] 좋은나무 Sep 25, 2009 2452
4075 이 책 혹시 읽어보셨나요? file [1] 김용남형제 Sep 25, 2009 1558
4074 김형국 목사님 설교 한 번 들어보세요... [2] 첫날처럼 Sep 25, 2009 3650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