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3일

바라바 이야기(4)


빌라도가 대답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하니(15:9)


무리가 빌라도에게 와서 유월절이 다가오니 죄수 한 사람을 방면하라고 요구합니다. 물론 이 무리는 유대인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를 받은 빌라도는 유대를 식민지로 통치하고 있는 로마의 지방 장관입니다. 죄수 한 사람을 방면하는 전례는 서로에게 좋은 거래입니다.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유대 독립을 위해서 투쟁하다가 감옥에 들어간 동료 한 사람을 살리면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이고, 총독의 입장에서는 로마의 똘러랑스(관용정신)를 내보임으로써 식민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총독의 입장에서 죄수 한 사람을 방면한다고 해서 로마의 지배 체제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빌라도는 몰려든 무리에게 묻습니다.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빌라도가 ‘유대인의 왕’을 지목해서 물었다는 게 특기할만합니다. 상식적으로만 본다면 ‘누구’를 놓아 주기를 원하는가 하고 물어야 했습니다. 물론 총독의 입장에서 무리가 유대인의 왕인 예수의 석방을 원한다고 예상할 수는 있습니다. 그가 보기에도 예수에게는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었으니까요.

‘유대인의 왕’이라는 말은 정치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당시 유대 사회에는 유대의 독립을 위해서 군중을 동원해서 투쟁하던 자칭 메시아들이 종종 나타났습니다. 그들이 바로 유대인의 왕이었습니다. 이들은 로마 총독부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한 인물들이었습니다. 유대 민중들도 이들을 무조건 지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극단적인 폭력 투쟁은 결국 로마의 강경 반발을 불러옴으로써 유대 민중 전체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 실증을 기원후 70년에 일어난 예루살렘 함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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