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6일

바라바 이야기(7)


빌라도가 또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면 너희가 유대인의 왕이라 하는 이를 내가 어떻게 하랴(15:12)


지금 빌라도는 좀 난처한 입장에 빠졌습니다. 속으로는 예수님을 석방하고 싶었지만 대제사장들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유대 지역의 총독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지역에 소요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지도자들, 특히 중교 지도자들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공연한 일로 대제사장들과 반목할 필요는 없습니다.

빌라도는 대제사장의 선동을 받는 민중들에게 묻습니다. “너희가 유대인의 왕이라 하는 이를 내가 어떻게 하랴?” 이 질문은 의외입니다. 지금 민중들은 바라바를 석방하라고 외칩니다. 죄수 한 사람을 석방하는 일은 요즘 삼일절이나 팔일오 등, 특정한 국가 기념일에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실시하는 것처럼 유월절 명절에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것이었습니다. 민중들의 생각을 알았다면 일단 유월절 행사는 끝난 겁니다. 예수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하고 물을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죄인에 대한 재판은 총독의 고유한 권한이자 책임입니다. 정확한 재판을 위해서 여론을 들을 수는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닙니다. 로마 총독이라면 일단 바라바를 석방하고 난 뒤에 충분히 시일을 갖고 예수 건을 처리했어야 합니다. 바라바를 석방하라고 고함치는 민중들에게 바로 그 자리에서 예수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는 건 정상이 아닙니다.

본문에 보도되는 모든 세세한 정보를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복음서 기자의 신학적 의도가 적지 않게 작용했습니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문제와 연루된 것입니다. 복음서 기자들의 관점만 따른다면 빌라도는 그 책임에서 비교적 멀리 벗어납니다. 대신 대제사장들과 유대 민중들이 그 중심에 자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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