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8일

바라바 이야기(9)


그들이 다시 소리 지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15:13)


영적인 변화에 대한 어제의 묵상을 오늘 보충해야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영적인 변화는 내면의 변화입니다. 이 내면을 감정이나 마음의 차원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감정이나 마음은 여전히 외면에 속합니다. 이것은 ‘인격’(personality)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달라지는데요. 인격의 가장 깊은 차원을 우리는 영혼이라고 말합니다. 그 영혼이 바로 내면의 세계입니다. 감정과 심리는 오히려 인격의 바깥 영역입니다.

인격의 가장 내면에 속하는 영혼의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만약 정치적인 상황의 변화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문제는 간단합니다. 그러나 인격은 잘 먹고 잘 자기만 하면 즐거워하는 돼지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온갖 종류의 오락으로 즐겁게 지내거나 심리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영혼이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정치적 상황과 복지가 놀랍도록 좋아졌지만 인간이 여전히 불행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영혼은 생명의 근원과 일치할 때만 배부를 수 있습니다. 그게 영혼의 특징입니다. 그 생명의 근원은 하나님입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이 말을 알고 있겠지요. 각자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겠지요. 그러나 그 하나님을 실질적으로 경험하지 못할 때가 많을 겁니다. 마치 시를 읽어도, 클래식 음악을 들어도 그것의 현실(reality)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왜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할까요?

영혼의 경직이 그 대답입니다. 이는 자신과 자신의 일에만 모든 관심을 쏟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자장가로 들리겠지요. 영혼의 변화는 일단 자기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럴 때 주님의 말씀이 새로운 빛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 빛에 의해서 우리는 영혼의 변화를, 따라서 영혼의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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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2009.10.08 00:16:11

자신을 내려 놓는 일이 생명의 근원과 잇대어지는 유일한 길이군요.

양립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요.

 

진주를 발견하고 온 재산을 다 팔아 진주를 사들인 상인 이야기는

자신을 다 내려 놓고 생명의 근원과 일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네요.

 

진부한 해석이 될지라도 이제서야 오래 묵은 제 자신의 숙제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바라바 이야기 가운데 신앙의 정수와도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목사님, 차가운 가을 날씨에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하시기를요....대접해 드릴 수 없어서 빈 말씀만 드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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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2009.10.08 09:17:09

아...정말 감사합니다

답이 없다고 생각 했습니다  죽을때까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여겼었는데

목사님께선 한걸음 더 심층적인 지식을 가지고 계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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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일

2009.10.08 13:31:51

나를 내려 놓고, 잠에서 깨어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다는 것,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 살지 못하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목사님, 오늘도 좋은 Q.T.가 되었습니다.

martin

2009.10.09 18:48:27

마지막 대목에서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일에 대한 관심 또는 성찰이 대개의 경우 합리(Ratio) 를 바탕으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내 인식세계를 이루는 내적인 '커다란 나' 이 모습은 무시되기 쉽습니다. 곧, 나를 이루는 근본적인 바탕안에 있는 하나님의 의와 나라에 대하여, 들려오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닫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나를 내려놓는 것이란, 다르게 말해,  '나'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과 무시를 자제하고, 

그  이상으로 좀 더 세심한 관심과 인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라구요. 

(prozessorientierte Arbeit를 응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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