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자색 옷(3)

Views 1882 Votes 0 2009.10.17 21:57:47
 

2009년 10월18일

자색 옷(3)


경례하여 이르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15:18)


군인들은 억지로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씌운 예수님에게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사형수에게 가하는 퍼포먼스입니다. 조롱이지요. 자신들이 죽여야 할 대상을 조롱해야만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겠지요.

그들이 건넨 평화의 인사는 거짓말입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곧 십자가에 달릴 사형수를 향한 연민에 불과합니다. 말뿐인 평화입니다. ‘평화’가 지금 오용되고 있는 중입니다. 로마는 로마의 평화(팍스 로마나)만을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했습니다. 로마의 평화를 방해하는 세력은 무엇이든지 힘으로 다스렸습니다. 오늘도 평화가 오용되는 역사는 계속됩니다. 주로 힘을 가진 사람들의 평화만이 보호받습니다.

모든 이들의 평화는 아예 불가능한 걸까요? 인간은 그렇게 많은 전쟁을 경험했으면서도 여전히 평화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얼까요? 이건 단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좋게 지냅시다, 하고 인사를 나누면서도 어느 순간에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평화만이 참된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습니다. 모든 사람이 예수를 믿기만 하면 완전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말일까요? 원칙적으로는 옳지만 실제로는 요원해보입니다. 지난 역사를 보면 기독교 국가끼리도 전쟁을 했습니다. 지금도 믿는 사람끼리 심하게 싸웁니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때로는 용역을 불러다가 행패를 부리기도 합니다. 이런 마당에 기독교 신앙으로 참된 평화가 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종말까지 참된 평화는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평화의 현실이 지금 여기에 자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말로만이 아니라 우리의 영적 실존 전체로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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