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11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1)


제육시가 되매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하니.(15:33)


예수님의 공생애에서 화룡정점에 해당되는 대목이 위 구절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는 대목입니다. 물론 신학적인 차원에서 더 중요한 대목은 부활에 대한 보도지만, 그것은 공생애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일단 접어놓아야 합니다. 부활 보도가 왜 공생애와 직접 연결되는 게 아닌지는 그 본문인 막 16장을 다룰 때 설명하겠습니다.

제육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의 시간으로 낮 12시입니다. 그때부터 온 땅이 어둠으로 뒤덮였습니다. 제구시, 즉 오후 3시까지 그런 현상이 계속되었습니다. 세 시간 동안 나타난 자연현상의 이변이었습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현상이었을까요? 일반 사람들이 이 구절을 읽으면 아마 일식이거나 먹구름이 낀 거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출애굽기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출애굽 이후 광야를 횡단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화산폭발을 하나님이 직접 나타나서 인도해주신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경험했습니다.

본문은 출애굽이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출애굽의 불기둥과 구름기둥은 자연현상을 신적인 현현으로 이해한 고대인들의 착각일 수 있지만, 본문의 어둠은 묵시문학적 해석입니다. 이미 막 13:24절은 그것을 “그때에 그 환난 후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라고 암시했습니다. 이런 일은 하나님의 전권으로 이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서 올 ‘인자’가 도래했다는 징조였습니다. 아모스 선지자도 그런 사실을 오래 전에 “그 날에 내가 해를 대낮에 지게 하여 백주에 땅을 캄캄하게 하며”라고 선포했습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 세 시간 동안 어둠이 온 땅을 가렸습니다. 인류는 그 십자가를 기준으로 마지막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그것은 구원의 길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는 이렇게 심판이며, 동시에 구원의 최종적인 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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