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17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7)


제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15:34)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는 외침에만 한정해서 본다면 예수님은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자신의 사명이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누가 보더라도 실패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사명은 임박한 하나님 나라의 선포입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에 자신의 모든 운명을 걸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왕적인 통치입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유대인만이 아니라 이방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실현되는 나라입니다. 이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이르렀다는 믿음으로 그는 사람들에게 ‘사죄’를 선포했고, 악한 영을 축출했습니다. 하나님의 심정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가르치고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십자가의 죽음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운명이 십자가로 끝난다는 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중의 하나에 해당됩니다. 첫째,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하나님이 무능력하다. 셋째, 하나님이 예수님을 버리셨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이 무능력하다면 하나님이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의 절규가 나왔습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또는 십자가 위에서 당하신 예수님의 영적 실존의 고통을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를 이미 부활하고 올림받은 자로 해석한 교리로만 바라보면 그 사태를 놓치게 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렸을 때 순간적으로나마 하나님마저 자신을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는 겁니다. 그런 절망감은 이전부터 계속되어온 어떤 경험의 결과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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