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24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14)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15:37)


마가복음이 15:33-37절에서 전하는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은 좀 허탈해 보입니다. 주님은 단지 여섯 시간만 십자가에 달려 있었습니다. 건장한 남자는 보통 일주일 동안 달려있다고 합니다. 드물게는 보름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십자가 처형은 그것자체로는 별로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위협은 못이 박힌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입니다. 체질에 따라서 피가 빨리 쏟아지는 사람도 있지만 멎는 사람도 있습니다. 십자가 처형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죽음의 과정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여섯 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는 건 아주 비정상적인 경우입니다.

십자가에 처형당하시던 그 순간의 예수님은 심신이 아주 허약해지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예루살렘 입성 뒤의 일주일은 거의 식음을 전폐하지 않으셨을는지요. 그럴 만도 합니다. 예수님은 이미 예루살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죽음도 각오하셨겠지요. 베드로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극구 말렸습니다. 그를 향해서 예수님은 사탄이라고 책망하셨습니다. 베드로의 말이 예수님에게도 역시 사탄의 달콤한 유혹으로 들렸다는 뜻이겠지요. 마치 공생애 초기에 받으신 세 가지 유혹이 모든 인류에게 솔깃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결국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고 일주일 동안 마지막 삶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했습니다. 겟세마네에서는 땀방울이 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 몸으로는 십자가에서 여섯 시간 이상 버텨낼 수 없습니다.

복음서기자는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을 아주 담백하게, 요즘 말로 ‘쿨’하게 전합니다. 아무런 수식도 없고, 감정 이입도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죽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인간의 말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큰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셨다는 사실관계만 전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이외의 것은 군더더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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