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27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17)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15:37)


이왕 말이 나왔으니 사신신학과 연관된 본회퍼의 비종교화신학을 보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서 전통적인 유신론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유대교의 유일신론을 넘어서 기독교 삼위일체론으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본회퍼의 신학을 비종교화라고 특징화하는 이유는 그의 신학적 단초가 기독교의 비종교화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는 일반적인 종교적 요청에 서 있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적 요청은 죽음, 외로움, 불안에 근거해서 초능력적인 존재를 구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그런 종교적 요청은 삶의 변두리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기독교는 이런 삶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속하는 문제들과 연결된다고 합니다. 그 중심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을 가리킵니다. 

종교적 요청은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욕구입니다. 본회퍼가 볼 때 현대는 성숙한 시대이기에 그런 것들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게 아닙니다. 현대인은 아버지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듯한 종교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늘 현대인은 그런 하나님 없이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본회퍼는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고 말합니다. 전통적인 유신론으로부터의 탈출인 셈입니다. 

전통적인 유신론은 이제 설 자리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변했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인식하고 경험해야 할 현대인이 새로운 세계 앞에 놓여 있다는 뜻입니다. 다음과 같은 오트의 지적은 옳습니다. “오늘날에는 결코 복음을 선포할 때 마치 그 선포를 듣는 사람이 하나님의 존재를 자명한 것으로 전제하거나 혹은 하나님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선포해서는 안 된다.”(H. Ott, 신학해제, 97).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우리는 어떻게 메시아로 선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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