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30일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20)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15:37)
우리는 앞에서 19회에 걸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에 대한 묵상을 나누었습니다. 이쯤 해서 정리해야겠군요. 어제 묵상의 마지막에 인용한 바울의 고백을 설명하는 것으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높음이나 깊음, 그리고 다른 피조물이라는 말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당해야 할 모든 시련과 곤란들을 가리킵니다. 돈과 권력이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우리 스스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사고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일을 당할 때 우리는 낙심하고 좌절하며, 결국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 하나님을 향한 신뢰의 끈마저 놓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 어떤 경우에서도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에서 분리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 사랑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랑을 단순히 낭만적인 거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사랑은 근본적으로 생명의 힘입니다. 창조의 능력이고 창조 완성의 능력입니다. 그것은 부활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외친 절규는 바로 그 사랑이 아닐까요? 너무 비약이 큰가요? 이 절규는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 신뢰에 근거해서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면서까지 예수님은 하나님에게 순종하셨습니다. 그 십자가는 사랑의 징표입니다. 아주 역설적이지만 하나님으로부터의 유기를 감당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능력이었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 덕분에 우리는 허무한 세상을 살면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죽음으로 나가는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찬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멘!
무능력한 하나님에 대해, 기도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