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2일

백부장의 고백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15:39)


마가복음 기자를 비롯해서 공관복음 기자들은 한결같이 백부장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십자가 아래 섰던 백부장이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이 백부장이 누굴까요? 십자가 처형을 직접 집행한 사람인지, 아니면 평소에 예수님에게 관심이 있어 소문을 듣고 이 자리에 나온 사람인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듭니다. 어쨌든지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방인 장교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위 구절은 예수님의 죽음이 백부장의 믿음을 가능하게 한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기가 좀 힘들기는 합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아주 일반적인 죽음에 불과합니다. 이 죽음 앞에서 “엘리 엘리 ... ”하고 외친 모습도 사형수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대체 백부장은 숨을 거두는 예수님의 무엇을 보고 믿음을 갖게 된 것일까요?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는 현상을 그가 본 것은 아닙니다. 성소는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키지만, 십자가 처형 장소는 예루살렘 밖의 골고다 언덕이니까요. 우리는 휘장 현상에서 백부장 이야기의 본래 뜻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휘장 현상은 성전을 상대화하는 것이며, 참된 계시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 말은 곧 예수님으로 인해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뜻입니다. 이방인 백부장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이후 최초로 신앙의 세계로 들어온 사람이었습니다.

백부장 이야기는 우연한 게 아닙니다. 여기에는 초기 기독교의 고유한 정체성이 담겨 있습니다. 이방인 기독교라는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이 예수 십자가로 인해서 유대라는 한계를 넘어서 온 세계로 확장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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