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홍수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

Views 1328 Votes 0 2009.12.11 23: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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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내가 어릴적, 그러나까 지금으로부터 약 45년 전쯤, 그때는 성탄절하면 굉장히 좋은 때였다.
그때 있었던 고향마을 예배당이 규모가 한 20평이나 되었을까(그뒤 좀더 크게 증축), 겉은
검게 콜타르로 칠해진 송판을 가로로 위아래 서로 맞물려 붙이고 그 안에는 지푸라기를 넣
은 황토흙을 채워넣어서 누군가에 의해서 정성스럽게 지어진(건축년도가 아마도 내가 아기
때인 1956년도 쯤일 것이다) 산밑 작은 예배당에서는 밤마다 호롱불을 켜놓고 성탄절 축제
준비에 바빴다. 마치 "상록수"에서 영신의 야학당 그것처럼. 
그리고 그러한 준비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축제였었다. 연극, 율동, 노래 등등 가르치는
주일학교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활기와 기대가 넘쳤다. 지나고 보니 그게 바로 행복한 시
간들이었다.

요즘처럼 따뜻한 입을거리 제대로 입지도 못했어도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논둑길 밭둑길
걸어 이곳 저곳 새벽송을 다니면, 이집 저집에서 틀림없이 뭔가 먹을 것을 준비했다가 꺼내
주셨다.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는 원 마을에서 들판 건너 야산 넘어 한참 떨어진 장노님댁에
마지막으로 당도하면 그때는 식혜며 떡이며 준비했다가 잔치를 해주다시피 하셨다.

정말로 성탄절에 예수님이 오시기라도 하는 것인듯한, 그러한 순진함과 설램이 (우리가 볼수
있었던) 온 세상에 가득했다.

20대 초에 서울에 올라와보니 성탄절인 크리스마스는 교회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하다못
해 술집까지도- 교회에 허락도 안받고 말이다) 난리법석이었다. 뭔가는 몰라도 어떻든 그저
남 따라서 들뜬 기분을 갖기에 충분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은 다니는 사람대로 기분이
들떠있고, 안다니는 사람이라고 기분내지 말란 법이 없었다.

예전 같으면, 시기적으로 요즘이 한창 크리스마스 캐럴이 길거리마다 귀를 쟁쟁하게 만들
바로 그 시기다. 그런데 요즘은 어느 곳에서든 캐럴을 들어보기가 쉽지 않다.

마치, 훨훨타오르던 불이 일순간 꺼지고 그만 주변이 잠잠해진 그런 분위기와 유사하다.

세상 모든 분위기가 거의 일순간에 이렇게 변한 그 이유를 정확히 알수도 말할 수도 없지만,
어떻든 세상이 참 순식간에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4.50년 사이에 세상 분위기
가 참 많이도 변했다. 나도 변하고 다른 사람도 변하고 모두 다 변했다.

만약, 한국사회에 지펴진 믿음의 불길이 이렇듯 일순간 식어버리면, 그건 곤란한 일이다.

세상이 잠잠해진 건 차라리 바람직스럽고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 를 더욱 힘차게, 가슴 터지도록 불러야 하겠다.







 

첫날처럼

2009.12.12 13:15:01
*.54.79.126

공감이 많이 됩니다... 요즘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한 성탄 전 분위기를 보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들뜬 분위기가 얼마나 "허상" 이었나가 절실히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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