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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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늘을 찾아서..
'자~~~~~~~ 마지막 남은 물건이랑께. 얼릉 얼릉 와서 사가쑈~~'
'여기랑께. 아따 기냥 가불지 말고 들어와바.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
'떨이요 떨이. 낼은 이렇게 싸게 못팡께 얼릉 사가쇼. 잉~~'
시장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갔다.
썩은 채소 냄새와 건어물, 생선, 화장실 냄새 등이 뒤섞여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악취가 어둑해지는 시장을 점령해버렸다.
사람들은 많이 팔았건 적게 팔았건 가벼운 마음으로 물건을 싸고 있다.
많이 판 사람은 좋아서 입이 찢어지고 적게 판 사람은 내일은 더 장사가 잘되리라는 희망을 안고 각자의 집으로 떠난다.
마늘전(마늘을 도매나 소매로 파는 상인들이 모여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좀 더 일찍 끝난다.
그 곳엔 항상 마늘 다발에서 떨어진 작은 마늘들이 바닥에 널려있었다.
발로 밟히지 않고 살아남은 아주 작은 마늘들을 주우러 가면서 초등학교 1학년, 서자의 아들인 훈이의 저녁시간은 시작된다.
마늘에 묻어있는 흙이 손톱 밑을 파고들고, 온 손을 뒤덮어도 하나라도 더 줍기 위해 바닥을 기다시피 하면서 시장을 누비는 훈이의 모습은 흡사 거지였다.
마늘전 바닥을 샅샅이 뒤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비료 푸대로 만든 큰 종이봉투가 가득차면 만면에 보람찬 미소를 띄우며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훈이.
온갖 악취에 섞인 마늘의 매운 냄새는 눈과 코를 너무도 괴롭히기 때문에 더러운 손으로 얼마나 얼굴을 만졌는지 집에 돌아올 때쯤이면 흡사 진흙탕에서 뒹굴다 온 놈처럼 꼴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창피한 줄 모르고 날마다 마늘전을 헤집고 다녔다.
비록 마늘다운 마늘은 아니었지만 마늘로서의 기능 발휘엔 손색이 없었기에
찢어질듯한 종이봉투를 바라보며 훈이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 마늘은 훈이 집의 반찬에 쓰이는 귀한 재료가 되어 가족을 즐겁게 해주었고,
연탄불에 구워 먹는 마늘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맛이 있었다.
비 오는 날이 제일 싫었다.
마늘을 주울 수 없어서가 아니라 비를 맞으며 마늘을 주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땐 정말 엄청나게 매운 흙탕물을 기어 다니는 것과 같았고, 흙탕물 속에서 마늘을 찾아내는 것은 너무도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마늘을 꼭 주워야만 했다.
오늘 마늘전에 떨어진 마늘은 오늘 줍지 않으면 쓰레기 차가 가져가버리기 때문에..
그래도 비가 오는 날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손에 흙이 쌓이질 않고 눈물이 흘러도 빗물에 씻겨 내려가 손으로 닦을 필요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