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며 간만에 쓰는 글이 좀 우습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다행히 저희 아이들은(중3, 중1) 아빠보다 신실하고 신앙도 보수적?이라서 시험을 앞두고... 혹은 공부가 안 될 때마다 기도해달라고 찾아옵니다... 한동안은 " 우리 아들이 공부에 집중 잘하고 시간활용 잘 하게 해 주세요..." 뭐 이런식으로 기도를 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좀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매사에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싶기도 하다가도... 기도 후에 제 아들의 의지력이 강해진다면, 그건 마인드콘트롤의 효과이지 기도 응답이라고 볼수는 없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 이 녀석이 스스로 노력할 생각은 안하고 별 일에 다 하나님 도움을 끌어드리네...” 요런 맘이 드는겁니다. 이런 생각으로 기도해 주려니 별 감흥도 진지함도 없어지더군요.... 이렇게 몇 년째 비슷한 기도를 드리다보니... 요즘은 아이의 기도부탁이 불편해져 벼렀습니다.... 하지만, 제 불편함을 자녀들에게 표현하기가 참 어렵군요...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제가 너무 삐딱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다비안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복된 성탄들 되시구요!!!
나무늘보님, 오랜만이십니다.
제가 뾰족한 답글을 달지는 못하구요,
정 목사님의 저서 '땅과 하늘' 의 서론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기쁨이 자신의 성취감에 근거하거나 아니면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했다기 보다는
훨씬 근원적이고 구체적인 그 어떤 것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서 "땅과 하늘"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사실은 인간이 살고 죽는 것이 모두가 이 땅과 하늘의 문제이니까 유독 빌립보서만의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하늘의 시민권이라는 표현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이 땅을 초월하는 기독교 신앙이 이 빌립보서에
명확하게 묘사되어 있기때문에 땅과 하늘이라는 주제와 연관해서 공부할 만하다고 봅니다. 바울은 여기서 땅의
일을 하늘의 일과 대립적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땅에서 성취하는 일만 생각하지만, 기독교인은
그것을 뛰어넘는 하늘의 영광과 부활의 세계를 바라보고 산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넓은 차원에서 생각하면
이 땅의 문제도 역시 하늘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이 두 차원이 늘 대립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땅의 생활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영적 메카니즘에 주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그림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어떤 높은 나무의 열매를 얻기 위해 땅에 떨어진 것이라도 주우려고 자루를 옆에 차고
계속 머리를 숙이고 땅을 샅샅이 뒤지면서 열매를 찾습니다. 그러나 위의 말씀으로 생각해보면
머리를 들고 땅에 떨어진 그 열매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그 나무를 바라보게 하고,
그 나무는 하늘 아래에 서서 자라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비록 결과적으로는 같은 나무 열매를 얻게되어도 그 메카니즘이 틀리다는 것....
나중에는 얻게된 나무열매보다는 그 중간의 영적 길들을 더 즐거워할 것 같습니다.
나무를 이해하고, 하늘을 알게 되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영적 작업을 거치게 된다면 무엇을 주님께 못구할지요...^^
다비아에 발을 담근지 벌써 몇 해 되었지만 알면 알수록 여전히 질문들이 늘어갑니다... 하나님, 구원, 자유의지, 삼위일체, 부활.... 이렇게 어려운 내용들뿐 아니라 늘상 되풀이되던 기도, 예배, 찬양.... 같은 부분들까지 이전처럼 편하게 되어지지가 않아요... 이런 현상이 저만 그런가요? 정 목사님을 오프라인에서 한 번 뵌 것 뿐이지만, 그 때 느낌은 뭐랄까.... 자유함... 이었거든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함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저도 조금은 그런 자유함이 보일듯 말듯 하지만... 아직도 답답함이 많습니다... 좀 더 내공이 쌓이길 기다려야겠죠? 유니스님의 사려깊은 답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도 여전히 제 아이가 땅의 것에도 부요하길 바라고있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아이를 위해 하늘을 제대로 의식하는 삶에 대한 기도를 드리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번주에 (오랫만에) 주일예배에 참석하였더니... 내년도 사업으로 중보기도팀을 모집하더군요.... 교인들의 기도제목(소원들?)을 순차적으로 집중적으로 기도해주는 모임이랍니다. 얼핏 생각에 절에서 기와불사? 모집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었습니다... 한편으론, 어쩔수 없는 인간에게 땅의 것에 초월한 신앙생활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새해 에도 더 좋은 글로 다비안들을 위로해 주세요~~
참, 또 질문하나... 요즘 제 컴에서 목사님 설교 동영상이 열리질 않아요.. 링크를 누르면 웹페이지를 표시할수 없습니다. 이렇게 뜨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요???
너무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남의일 같지가 않습니다.
저는 이번 3월에 아빠가 되지만.. 애기가 커서 나중에 이렇게 기도를 요청하면
어째야되나, 생각이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