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27일

 

마가복음 후기(6)


그 후에 열한 제자가 음식 먹을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사 그들의 믿음 없는 것과 마음이 완악한 것을 꾸짖으시니 이는 자기가 살아난 것을 본 자들의 말을 믿지 아니함일러라.(16:14)


위 구절에서 부활의 주님이 제자들의 식사 자리에 나타나신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굳이 음식 먹을 때라고 표현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은 음식을 먹으면서 한가롭게 지낼 때가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한 것인지 모르겠군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지 이 장면에서도 제자들이 부활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는 사실이 반복해서 거론되었습니다.

위 구절에서는 믿음 없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이 완악하다는 사실도 지적되었습니다. 완악보다는 완고함이라고 번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틴 루터는 ‘Härtigkeit’라고 번역했는데, 그 독일어는 딱딱함, 완고함이라는 뜻입니다. 믿음이 없는 것은 결국 마음이 경직된 것이라는 뜻입니다. 모세가 파라오와 다툴 때 하나님이 파라오의 마음을 강퍅하게 하셨다고 했는데, 그 ‘강퍅’이 바로 완고함과 비슷한 뜻이겠지요.

완고함을 단지 인격이나 성격에 한정시켜서 생각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훨씬 근원적인 어떤 상태를 가리킵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자기 안에 갇히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의 개인적인 경험만을 절대화하는 것입니다. 고집이라고 번역해도 좋을 것 같군요. 이런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구원 행위를 이해할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행위는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습니다. 그분은 늘 새로움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완고함, 고집, 자폐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부활은 우리의 경험과 생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생명 사건입니다. 자기의 경험과 인식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부활을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주님은 그것을 꾸짖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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