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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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유럽의 어느 봉쇄수도원의 사계절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위대한 침묵"을 보았습니다. 오늘날처럼 교회마저 "소음과 분노"로 들끓는 시대에, 오로지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 침묵 속에 일생을 헌신하는 이들의 얼굴에 배어나는 거룩한 고뇌의 흔적들과 잔잔한 기쁨을 보면서, 철저한 헌신을 통해서만 교회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신앙의 신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수녀원에서 7년을 보냈던 카렌 암스트롱의 자서전을 생각하면,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신앙의 바다"에서 자유와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도만이 아니라, 예수와 하나님에 대해 정직하게 고백하고자 치열하게 학문적으로 접근했던 분들의 연구 성과를 배우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처음 읽고 번역하면서, 역사적 예수 연구로 이미 명성이 높은 두 분 저자들의 명석한 해설만이 아니라, 복음에 대한 사도 바울의 뜨거운 열정과 헌신 앞에 자주 옷깃을 여미게 되었습니다. 평생동안 들어왔던 익숙한 말씀들이란 그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을 모른 채 얼마나 피상적으로 이해했던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 바울을 흔히 유대교의 율법주의와 대결한 인물로 보거나, 종교개혁자들의 관점에서 가톨릭의 공적주의와 대결한 인물로 보거나, 혹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을 사적인 영적 복음으로 왜곡시킨 보수반동의 원조로 보는 것에 익숙했던 나에게, 이 책 저자들이 로마제국의 제국신학과의 대결 구도 속에서 바울의 복음을 해명한 것은 매우 적절하며 의미 있는 해석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안셀무스의 대속론과 루터의 칭의론에 의해 바울의 복음이 오해되어 왔던 점들을 좀 더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역자주를 달면서, 새삼 학문의 시대적 사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는 짙은 어둠과 절망, 참담한 인간 소외 현실만이 아니라, 계급갈등과 민족모순, 생태계 위기를 해결하시려는 하나님의 꿈에 헌신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용산참사나 4대강 사업, 대북 식량원조 문제에서, 기독교인들조차 생명과 평화에 대한 하나님의 꿈에 헌신하기보다는 보수언론의 편향적인 이념공세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교회 안에서부터 화합을 이루어나갈 수 있을까? 오늘날 한국교회 일반의 배타주의와 교회성장주의, 탈정치주의와 친미-반공주의라는 이념적인 문제들과 비교할 때, 사도 바울이 대결해야 했던 이방인 개종자들의 할례 문제나 정결음식 문제는 분명히 매우 사소한 문제였던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교회 안의 이런 풀기 어려운 이념적 갈등과 분열들만이 아니라,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던 인간 소외와 폭력, 사회적 불의, 무한 착취와 전쟁을 종식시키고, 지상에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님의 꿈에 대해, 이 책의 저자들은 바울의 복음과 비전을 통해 매우 분명한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동행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자유와 기쁨을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안내해준 두 분 저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책을 통해 우리들이 자본과 제국주의에서 해방되어 하나님께 더욱 큰 영광을 돌리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또다시 한국교회의 문제점들이 나열되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희망은 절망속에서 꽃을 피우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