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16)

Views 2361 Votes 1 2010.03.17 23:15:01

하나님 나라(16)

 

 

교회는 사회 안에서 생동적이고 비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교회는 항상 모든 기존의 사회가 안고 있는 한계를 지적해야한다. 교회의 존립은 이런 비판적 역할을 수행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비판적 증언을 상실한다면 교회는 무용지물이 된다. 단지 종교적 요구를 가진, 그리고 그 수가 급속하게 감소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그런 종교적 요구를 조달해주는 기구로 남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116)

 

 

그대는 앞에서 하나님 나라가 사람에 의해서 수립되지 못한다는 판넨베르크의 진술을 기억하실 거요. 사람의 한계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피조물이라는 사실에 근거하오. 사람은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das geworfenes Sein)요. 물고기가 물에 던져진 탓에 물을 자기와 구분해서 인식하지 못하듯이 사람은 이 세상에 던져진 탓에 이 세상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오. 그런 한계로 인해서 절대적인 세계인 하나님 나라를 스스로의 힘으로 일으켜낼 수 없다는 거요. 교회가 이 세상을 위해서 공헌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이런 사실을 경고하는 것이라오. 그것을 판넨베르크는 사회를 향한 교회의 ‘비판적인 역할’이라고 했소. 그런 역할을 못할 때 교회는 죽음과 외로움에서 종교를 찾는 이들에게 종교적인 위로를 주는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판넨베르크의 지적이오.

그대여, 잘 생각해보시구려. 지금 한국교회의 정체성은 어디에 자리하고 있소? 하나님 나라의 지평에서 사회를 향해서 비판적인 소리를 내고 있는지, 아니면 복 많이 받고 죽어서 천당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적 위로를 주는데 머물고 있는지 말이오.

요즘 뉴스를 그대도 보았을 거요. 한국 정부는 4대 강을 동시 다발적으로 손보고 있소이다. 수만 년, 수십만 년을 거쳐서 형성된 강의 흐름을 단 1,2년 안에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것이오. 지금 당장 그렇게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4대 강이 오염되었거나 당장 식수로 문제가 있다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소. 그런대로 잘 흐르고 있는 강을, 또는 조금만 옆에서 도와주면 훨씬 건강해질 강을 마구잡이로 뒤집고 있소이다. 일단 그렇게 공사가 진행되고 난 후에는 그것을 바로 잡기가 거의 불가능할 거요. 이런 행태가 내 눈에는 생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겠다면서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강제로 수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오.

이 문제에 대해서 가톨릭교회에서는 주교단이 공식적으로 나서서 반대할 정도로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반해서 개신교회는 단지 의식이 있는 목사들 몇몇이 중심이 되어 반대하고 있을 뿐이오. 개신교회는 대신 십일조 헌금을 내고 기도원에 다니고 교회당을 건축하는 일에만 심혈을 쏟고 있소.(2010년 3월17일, 수요일, 맑다가 흐림, 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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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늘

2010.03.18 08:41:49

가슴은 답답합니다.

교회는 자꾸만 커지고 높아지데 사람들은 점점 하나님을 잃어 버리니 모순의 극치이네요.

 

오늘 청주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눈 덮힌 나뭇가지를 바라보면서 자꾸만 무거워지면 부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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