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

Views 3074 Votes 2 2010.03.29 23:25:22

 

오늘 저녁에는 콩나물 국으로 밥을 먹었다는 소식을 그대에게 전하오. 별로 관심이 갈 만한 소식은 아니겠으나, 내가 좋아서 하는 말이니 그냥 한쪽으로 듣고 다른 쪽으로 흘려보내면 되오. 콩나물국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말하지 않겠소. 그 맛이야 나보다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대신 국을 끓이는 방법만 말하겠소.

먼저 냄비에 물을 1천 씨씨를 넣었소. 그 양은 별로 중요하지 않소. 지금 우리 집에는 작은 딸이 부산에 가 있는 바람에 세 식구만 있어서 먹을 걸 만들어도 조금만 만드오. 모두 먹는 양이 적소. 1천 씨씨 물로 끓이면 아마 4명 식구로 딱 적당할 거요. 오늘 큰 딸도 먹지 않아서 국이 반쯤 남았소. 내일 먹을 생각이오. 우선 다시마라는 조미료 한 봉지를 물에 넣었소. 한 봉지라고 해봐야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의 봉지니까 양은 많지 않소. 더 맛있게 하려면 조미료로 하지 말고 따로 국물 맛을 내야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소. 어쨌든 우리 집은 그런 절차를 다 밟을 처지가 아니래서 대충 하는 편이라오. 다음 단계는 약간 신 김치를 도마에 놓고 잘게 써는 거요. 양은 대략 한 손에 들어갈 정도요. 그걸 물에 넣었소. 뜨거운 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물은 참 신기한 물질이오. 그게 없으면 음식도 만들 수 없으니, 우리는 완전히 물에 의존해서만 살아가는 거요. 두부가 필요하오. 슈퍼에서 1천2백50원 주고 산 두부요. 칼로 잘라 넣다보니 양이 너무 많아서 3분의 1은 남겼소. 그 다음은 깨끗이 씻어놓은 콩나물을 넣을 차례요. 집사람 말로는 콩나물을 넣은 다음에는 뚜껑을 열지 말라고 하던데, 그걸 나는 이해할 수 없소이다. 그래도 말을 들어야 하니 그렇게 하긴 했는데, 나중에 끓을 때 넘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비스듬하게 열어두었소. 그렇게 10분 정도 끓이다가 맛을 보니 싱거운 것만 빼고는 그럴 듯했소. 소금 반 수저를 넣고 조금 더 끓인 다음에 가스레인지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불을 껐소. 그것으로 콩나물국 끓이기는 끝이오. 와, 이렇게 쉽다니. 오늘 저녁밥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을지 그대도 상상이 갈 거요.(2010년 3월29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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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2010.03.30 00:11:55

목사님의 콩나물국 만들기를 읽다가

제 머리 속은 친정엄마 생각을 하고 있네요.

 

작년 가을 콩나물 국 앞에 두고 하셨던 말씀.

매일 콩나물 국만 주네. (매일이 절대 아니었음에도..)

뭐 콩나물국이 얼마나 맛있는데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소금 밖에 넣은 게 없는데 뭐가 그리 맛있어? 그러셨어요.

 

조미료와 신김치 그리고 두부.. 너무 많이 넣으셨는데요. ㅎㅎ

여긴 지난 밤부터 내리던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는

조용한 아침입니다.  마가복음 11 장 묵상을 해야겠어요.

용남군

2010.03.30 05:00:18

예수의 권위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밥조차도 생명에 절대적인 것일지가 의문이 듭니다.

<창세기> 1장에서는 물조차도 하나님의 창조 사건 후에 발생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리고 예수는 분명히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라면서 밥의 능력을 상대화시킨 것 같은데,

현대인들은 도대체 누구의 가르침에 속았기에 밥을 최고의 절대가치로 여기고 있는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의 거대하고 복잡한 이념 논쟁도 결국 이런 밥의 상대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명이 실종된 채 끝없이 논의를 위한 논의로만 흐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목사님의 소박한 삶의 한 조각을 나누어주시는 글에 좀 신경 과민스러운 댓글이었다면 죄송합니다.

잠이 안 와서 여러가지 공부하느라 밤을 꼬박 샜네요. 새벽 미사에나 참석하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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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일

2010.03.30 11:07:04

목사님, 저는 오늘 아침에 콩나물국 먹었습니다. 살짝 감기 걸린 저를 위해 아내가 끓여주었지요.

그래서인지 오전에 몸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환절기에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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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2010.03.30 11:13:48

콩나물이 끓을 때 뚜껑 열면

콩비린내 라고 할까요...콩나물 비린내가 난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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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2010.03.30 14:07:33

콩나물 국에 뻘건 고추가루 파~악 풀어서 먹으면 고뿔 이놈 거섯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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