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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 중 바울서신을 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서 하나님이 만물과 화해를 이루셨다고 선포합니다.
여기서 '만물'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을 가리키는 뜻으로 보이는데
이는 십자가 사건 이전에 이미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과 하나님 사이에 불화가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바울이 말하는 화해 이전의 불화가 어떤 것인지요?
만일 창세기에 나오는 뱀과 인간 사이에 벌어진 원죄사건이 하나님과 불화라고 한다면
뱀과 인간들만 하나님과 불화해야지 왜 다른 피조물들도 불화에 엮여 들여가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땅, 바람, 꽃, 다람쥐, 시냇물, 하늘의 별, 달. 태양....
이런 피조물과 하나님이 화해를 해야한다는게 얼른 이해가 안되는군요.
인간의 범죄로 인하여 피조세계가 불행에 빠졌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인간의 행위로 다른 피조세계까지 하나님과 불화관계에 빠졌다는 건,
땅, 바람, 꽃, 다람쥐, 시냇물, 하늘의 별, 달. 태양...이런 피조물들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어떤 의미에서 만물과 화해를 이룬 것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토요일이라 주일 준비하시느라 바쁘실텐데
답은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빕니다.
화들짝 님,
답글이 늦었습니다.
인간의 범죄로 우주까지 죄에 물들었다는 말이
억측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성서가 말하는 죄가 무엇이냐 하는 질문과 연결됩니다.
죄를 규범으로 이해하면
화들짝 님이 제기하는 그런 모순이 일어납니다.
죄는 성서가 세계를 이해하는 해석학적 틀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벌어지는 불행에는
어떤 존재론적인 힘이 작용한다는 해석입니다.
그 힘이 바로 죄라는 겁니다.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인간이 마인드컨트롤이나 교육을 통해서
그 힘을 제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합니다.
우리가 처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의 본질이며 숙명인 거지요.
성서는 그 힘을 죄라고 말합니다.
인간 말고 우주를 왜 거기에 포함시키냐는 질문이지요?
이건 갓 태어난 아이들도 죄에 연루되었느냐 하는 질문과 비슷합니다.
성서는 그걸 가타부타 하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성서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사회에서 현상으로 나타나는 어떤 것을 말하는 거지요.
어린아이와 모든 생명체에게 죄가 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그들도 역시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숙명을 본 겁니다.
하늘의 별들도 결국은 사라지구요.
그런 엄청한 힘을 가리켜 죄라고 하는 겁니다.
그것을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바울에 따르면 유대교의 율법도 불가능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부활생명이 일어났기 때문에
만물이 하나님과 화해했다는 말이 되는 거지요.
이런 교리가 단순히 교리로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험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