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5)

Views 2394 Votes 1 2010.07.24 23:18:07

 

     우리말 주기도는 이렇게 시작하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헬라어나 영어, 독일어의 어순을 따르면 “우리 아버지여, 하늘에 계신”이라오. 주기도는 ‘우리’가 드리는 기도요. 일반적으로 기도는 혼자 드리오. 예수님도 혼자서 미명 시간에 한적한 곳에 가서 기도를 드리곤 하셨소. 잡히시기 전날 밤에도 감란 산에서 혼자 기도하셨소. 아무도 하나님 앞에 우르르 몰려 갈 수는 없소. 단독자로 서야 하오.

     그러나 주기도는 일반적인 기도가 아니라 특별한 기도요. 기도의 전범이며, 진수라 할 수 있소. 개인적으로 드리는 기도는 모두 기도의 변형이라 할 수 있소. 개인적으로 드리는 기도는 모두 기도의 전범인 주기도를 토대로 해야 하오. 그대는 기도를 드릴 때 가능하면 주기도에서 멀리 나가지 마시오. 개인적으로 특별한 기도의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곧 주기도로 돌아오시오. 그 모든 개인적인 기도의 내용도 주기도에 근거해야하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대의 기도는 중언부언하는 이방인의 기도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오. 주기도는 “우리 아버지여”로 시작하오. 기도를 드릴 때 늘 ‘우리’를 생각하시오. 내 입장만 강조할 게 아니라 너의 입장도 헤아려야 하오. 그대는 이 세상이 ‘우리’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 거요. 우리가 더불어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오. 뒤에서 일용할 양식에 대해서 말할 때도 나오겠지만, 일용할 양식도 우리가 함께 거기에 참여하는 거요. 오늘 한 끼니 식사에 얼마나 많은 ‘너’의 수고가 포함되었는지 모른다오. 주기도의 시작은 ‘우리’라는 사실을 기억하시오.

‘우리’를 기억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오. 잠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런 생각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는 보통 어려운 게 아니오. 다른 건 접어두고 교회 문제만 보시오. 한국교회는 “빈자리를 채워 달라.”는 기도를 자주 드리고 있소. 한 교회의 빈자리가 채워진다는 것은 다른 교회에 빈자리가 늘어난다는 뜻이오. 만약 ‘우리’의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다면 빈자리 운운하는 기도는 드리지 못할 거요. 물론 신자들의 소박한 마음 자체를 내가 부정하려는 건 아니오. 빈자리 문제가 무조건 교회끼리의 경쟁을 전제하는 것도 아니오. 그러나 ‘우리의 아버지’라는 주기도의 첫 머리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기도의 차원이 전혀 달라지리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오.(2010년 7월24일, 토, 구름과 비)


비오는저녁

2010.07.30 02:40:41

손을 번쩍들고 빨리 선생님한테 말해서 칭찬받고 싶은 아이처럼.

 

목사님, 저 정말로 주기도문 보다 더 멀리 나가지 않고, 혹여 징징 대가가도 곧 돌아오곤 했어요.

주기도문에 집중해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가 사로잡히기 쉬운 우상이 무엇인지,

인간 역사 내내 빠지던 악과 탐욕이 무엇인지...보여요.

 

계속 열공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2086 주기도(15) [3] Aug 03, 2010 2184
2085 주기도(14) [2] Aug 02, 2010 2526
2084 주기도(13) [1] Jul 31, 2010 2379
2083 주기도(12) Jul 31, 2010 2126
2082 주기도(11) Jul 31, 2010 2192
2081 주기도(10) Jul 30, 2010 2420
2080 주기도(9) [1] Jul 28, 2010 2466
2079 주기도(8) Jul 27, 2010 2282
2078 주기도(7) Jul 26, 2010 2602
2077 주기도(6) [2] Jul 25, 2010 3523
» 주기도(5) [1] Jul 24, 2010 2394
2075 주기도(4) Jul 23, 2010 2382
2074 주기도(3) [1] Jul 22, 2010 2824
2073 주기도(2) [2] Jul 21, 2010 2428
2072 주기도(1) [1] Jul 20, 2010 3427
2071 근본주의(9) [3] Jul 19, 2010 2434
2070 근본주의(8) [1] Jul 17, 2010 2249
2069 이정희 의원 [6] Jul 16, 2010 3834
2068 근본주의(7) [3] Jul 15, 2010 2752
2067 나우엔의 기도 ‘고독’에 대해서 Jul 14, 2010 2857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