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박사가 리어나드 믈로디노프와의 공저 <위대한 설계>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해서 신 존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소. “뭔가 흥분될 만한 일을 하기 위해, 그리고 우주가 지속되기 위해 신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다.” 미국 ABC 방송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호킹은 이렇게 말했다 하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은 신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그 방송은 호킹이 오랫동안의 우주연구와 새로운 발견을 통해서 결국 우주 창조에 신을 필요하지 않다는 믿음에 이른 것이라고 해설을 곁들였소.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가 이렇게 말했다 하오. 두 가지요. 하나는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더욱 큰 전체의 일부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어떤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열망하지만 성취되지 않는 윤리질서나 생활방식의 권위를 추구한다는 것이오. 전자는 일종의 종교성이고, 후자는 윤리성이오. 종교성은 쉴라이에르마허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고, 후자는 칸트가 말했던 것이오.
나는 호킹이 전혀 새로운 어떤 것을 말했거나 자신의 저서를 팔기 위한 목적으로 자극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그는 과학자요. 나는 과학자를 신학자라고 생각하오. 하나님이 창조한 이 세상의 물리적 원리들을 찾는 행위는 바로 하나님의 계시를 추적하는 것이오. 과학자가 과학의 세계에서 뛰어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가 하는 일은 바로 신을 증명하는 작업이오. 문제는 일부 과학자가 과학의 힘으로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소. 그대도 호킹의 이번 발언을 그런 눈으로 보는 거요? 어떤 학자가 신을 부정한다고 해서 신이 부정되거나 인정한다고 해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오. 부정하는 그 작업이 궁극적으로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고, 거꾸로 인정하는 그 작업이 때로는 부정하는 일도 되오. 그러니 몇몇 학자들의 발언으로 일희일비하지 말기를 바라오.
그대는 호킹이 1988년의 저서 <시간의 역사>에서는 신을 전제하다가 이번 <위대한 설계>에서는 신을 부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오? 호킹이 신을 긍정하거나 부정한 건 아니오. 그대는 다음의 사실을 알아야 하오. 호킹은 우주 물리학에서는 전문가이지만 신학에서는 비전문가요. 이게 문제인 거요. 물리학의 전문가는 물리학에 대해서만 확신을 갖고 말하면 되오. 비전문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면 자기도 모르게 오류에 빠지게 되오. 물리학과 신학에 대한 앎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한쪽의 앎으로 다른 쪽을 재단하면 결국 오류가 발생하는 거요. 예를 들어 요즘도 안티-기독교 사이트는 기독교의 비합리성, 반과학성, 가부장 제도를 비판하오. 수년 전 인도네시아에 덮친 쓰나미를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한 김 아무개 목사의 설교를 기준으로 기독교 전체를 매도하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아니라 현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을 근거로 기독교를 재단하는 것은 오류요.
호킹이 신을 부정한 것은 아니오. 그 문제는 자기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을 거요. 그의 주장은 신 없이 세계의 기원과 원리를 완벽하게 해명할 수 있는 때가 온다는 것이오. 과학을 통해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오. 그것은 곧 ‘완전한 무’에서 우주가 창조되었다는 뜻이라고 하오. 그의 주장으로 유신론적인 신은 해체될 수 있지만 성서의 창조 신앙, 또는 성서의 하나님 신앙이 해체되는 일은 없소. 신학은 유무신론 논쟁을 벗어난 지 오래 되오. 교회 내외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유신론적이고 인격적인 신 개념을 넘어섰소. 호킹이 부정하고 있는 그런 신은 이미 신학에서도 부정되고 있다는 말이오. 그런 ‘구닥다리’ 신 표상에 근거해서 우주 해명에서 신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흘러간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에 불과하오.
사족- 스티븐 호킹이 아직까지 노벨 물리학상을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2010년 9월9일, 목, 가을이 오는 길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