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숨이다

Views 2905 Votes 1 2010.09.11 23:09:50

 

     그대는 아이를 낳아보았소?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어머니 자궁에서 나왔을 때 산파나 산부인과 의사가 어떻게 조치하는지는 들어서 알고 있을 거요. 조치의 하나가 아이의 엉덩이를 때려서 울리는 거요. 아이가 울어야만 호흡이 시작되오. 나오면서 자기가 알아서 우는 아이는 맞지 않소. 자궁 안에 들어 있는 태아는 직접 숨을 쉬지 않아도 살 수 있소. 숨을 쉬고 있는 어머니와 탯줄로 연결되어 있기만 하면 되오. 산소가 공급된 어머니의 피가 태아의 몸에도 도는 거요. 자궁 밖으로 나와 탯줄을 끊어내면서부터는 이제 죽을 때까지 혼자서 숨을 쉬어야 하오. 아무도 대신 숨을 쉬어줄 수 없소. 평생에 몇 번이나 숨을 쉴 거라고 보오? 1분에 20번을 쉰다고 보고 계산해보시오.

     지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쉬는 탓에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오. 그대는 혹시 호흡 곤란 증세를 겪어본 것이 있소? 천식이 심한 사람들은 늘 그걸 조심한다고 하오. 내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철봉에 매달려 놀다가 떨어졌을 때 한 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던 적이 있었소. 짧은 순간이지만 이러다가 호흡곤란으로 죽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소. 이것도 어렸을 때의 경험이오. 한 여름철 친구들과 같이 광나루 다리 밑으로 수영을 하러 갔다가 깊은 데 빠져서 허우적거린 적도 있소. 숨을 쉰 게 아니라 물을 마신 거요. 숨이 급했소. 또 어렸을 때 경험이오. 깊은 잠에 빠진 상태에서 이상하게 숨이 쉬어지지를 않는다는 걸 느꼈소. 너무 답답해서 벽을 발로 차면서 몸부림을 쳤소. 연탄가스에 질식되기 바로 직전에 다른 방에서 자던 형님이 달려와서 살아났소.

     요즘도 나는 숨을 바르게 쉬지 못할 때가 있소. 호흡 곤란 증세를 겪는다는 건 아니오. 어딘가 내 몸과 정신이 긴장 된 탓에,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연스럽게 호흡이 이뤄지지 않소. 지금 내 생활 패턴이 내 몸을 자연적이지 않게 만들고 있는 것 같소. 이렇게 글 쓰는 것마저 손 놓는 게 상책일지 모르겠소. 그 현상이 말에서 나타나오. 말을 자연스럽게 하려면 성대가 숨을 자연스럽게 관통시켜야 하오.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소. 어딘가 힘이 들어간다는 말이오. 어린아이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소리를 내오. 아이들에게는 긴장이 없어서 숨과 성대의 관계도 가장 편하게 할 줄 아오. 성악가들도 어린아이처럼 호흡을 한다는 말을 들었소. 이제부터라도 초보적인 숨쉬기와 소리내기를 훈련해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오.

     그대도 알다시피 구약성경은 영을 바람, 숨이라는 뜻이 포함된 ‘루아흐’라고 부르오. 영과 바람(숨)을 동일한 것으로 인식했다는 뜻이오. 나는 그들의 인식이 옳다고 보오. 그런 인식은 오늘도 유효하오. 숨은 영이오. 우리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영이오. 공기라는 물질 자체가 영이라는 게 아니라 영이 공기를 통해서 우리의 생명을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오. 숨이 없이는 생명도 없소. 숨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소. 생명이 있는 곳에 영도 함께 하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공기가 오염되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호흡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답답할 때가 있겠지만, 그럴수록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살아가시오. 나도 숨 쉬는 연습을 다시 잘 해보리다. (2010년 9월11일, 토, 가을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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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늘

2010.09.12 17:10:46

아들 성우가 처음 태어났을때, 숨을 쉬지 않아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화들짝 놀랐습니다.

이리저리 응급처치를 해서야 아이는 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다음 아이는 이제셔야 새 세상을 향해 울었습니다.

새 생명에 대한 기쁨의 울음소리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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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2010.09.13 01:57:55

저는 군대휴가 나오면 꼭 토사광란으로 응급실을 갔답니다

짧은 휴가기간동안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보려다 탈이 난게지요

구토가 쉬지 않고 나와서 들숨을 쉴 여유가 없었답니다

이렇게 가는건가.............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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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0.09.13 23:52:23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신생아는 세상에 나오면서 자기 스스로 숨을 쉰답니다.

아이를 거꾸로 들고 엉덩이를 떼리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고하네요.

나는 자궁 속에서는 숨을 쉬지 않다가,

그렇게 열달 가까이 지내다가

밖으로 나오면서 자동적으로, 자연스럽게 숨을 쉰다니

인간이 기특하군요.

다른 동물들은 이런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인간보다 더 기특하기는 하지만요.

오늘도 숨을 많이 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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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0.09.14 06:55:15

인간이든 사람이든

태어나면서도 부터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산모가 아이를 낳을때 젖 먹는 힘까지 다해도

아이가 나 올때가 되어야 자궁문이 열리고 나온다고 합니다.

힘의 비율로 한다면 아이가 나올려고 하는 힘이 7이라면 엄마는 3정도 된다고 합니다.

 

저희 세째아이 경험으로도  예정일 보다 약 2주 늦게 태어났는데

그때 조산소 원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아이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자궁속에서는 탯줄로 호흡하다가

밖으로 나오면 스스로 울음을 울고 코로 호흡을 하는 거지요

물리적인 힘 없이 스스로 살아가는 독립적인 존재로 말이죠~~

 

오늘도 지리산의 맑은 공기 많이 들이쉬며

부지런히 숨을 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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