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돕기의 전제?

Views 2577 Votes 1 2010.09.29 23:37:24

 

     그대도 북한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보도를 통해서 잘 알고 있을 거요. 그것은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된 문제요. 근 20년 동안 그들은 생존에 급급했소. 그들에 비해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살고 있는 남한이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웬만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모두 인정하고 있소. 여기에는 이념의 차이도 없소.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 않소. 문제는 북한 돕기의 전제 여부에 있소. 어떤 이들은 북한이 일단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만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오. 지난 정권 10년 동안, 소위 ‘햇볕정책’을 통해서 거의 퍼주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도와주었지만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오. 경제 원조가 오히려 핵무기 개발로 이어졌다고 하오. 이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오. 북한 체제는 기본적으로 선군정치를 근간으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군전력을 키워보려고 할 거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쪽의 형편이 이해가 가오. 우리와 비교해보시오. 우리 남한은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군이 주둔한 탓에 안보 걱정을 북한보다는 덜 했소. 북한도 아마 중국군을 주둔시킬 마음만 먹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거요. 6.25 때 많은 중국군이 참전했었소. 앞으로 북한이 근본적인 체제위기를 느낀다면 중국군을 불러들일 가능성이 높소.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향해서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예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소.

    또 어떤 이들은 북한 원조물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오. 북한 정권과 관리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오. 이런 주장도 일리가 있을 거요. 북한이 공산당 체제로 운용되기 때문에 먹을거리를 비롯해서 의료품 등, 모든 물자의 공급을 공산당에게 우선권을 줄 가능성이 높소. 그곳도 악마들만 살거나 천사들만 사는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부정이 왜 없겠소. 그것은 우리와 다를 게 없소. 다만 그곳에는 공산주의와 김일성 왕조의 결탁으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뿐이오. 이들에게 우리와 똑같은 합리성을 요구할 수가 없소. 그래봐야 통하지 않을뿐더러 우리의 요구가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오. 우리의 요구를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돕는 일을 포기하거나, 그들이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거요?

     이 문제는 구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연결되오. 구제를 계몽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하오. 구제는 순전한 휴머니즘의 발로이지 그 대상을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실행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오. 여기 노숙자가 있소. 그를 도와줄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도와주면 되오. 그를 도와주면서 앞으로는 이렇게 살지 말라고 훈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습지 않소? 또 어떤 이는 저런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술이나 마시고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소. 이런 생각이나 행동은 순수한 휴머니즘이 아니오.

     북한 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소. 그들은 우리와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으니까 섣불리 도와줄 수 없다고 말이오. 이것은 또 다른 주제이기 때문에 오늘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겠소. 이것 한 가지만 말하리다. 그들의 국방 예산은 우리에 비해서 10분이 1이 될까 말까요. 그러니 군사적 적대행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문제는 북한이 더불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나오는 것이오. 그렇게만 몰아가지 않으면 그들은 도발하지 않소. 아니 도발할 수가 없소. 북한을 도와줄 마음이 있으면 그냥 단서 달지 말고 순수하게 도와주는 게 좋소. 단서를 달 거면 돕지를 말든지.(2010년 9월2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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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포스

2010.09.30 11:57:10

정목사님.

말씀에 공감 백배입니다. 

앞서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인용하셨던데

 박남수 시인의 '새'로 답글 달아 봤습니다.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새의 구태여 뜻을 품지 않고 가식하지 않는 순수성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대구의 한재흥 목사님께서

북한에 연탄 한장 보내기 운동을 맡고 계시는데.

추운 겨울이 다가 오니 생각이 납니다.

다비아 식구들도 개별적으로 관심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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