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 내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소. 그대 주변도 똑같을 것이오. 일단 1억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으로부터 달려온 빛이 세상을 밝히고 있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양 전체가 그 햇살로 빛나오. 엷은 구름으로 햇살이 강하지는 않소. 아파트 두 층 위에 오늘 이사 오는 집이 있소. 짐을 나르는 고가사다리 소리에 귀가 멍멍하구려. 찻길에는 여러 종류의 차들이 지나고 있소. 아파트 베란다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 있소. 아마 지금도 열심히 탄소동화 작용을 하고 있을 거요.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확실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소. 저 나무와 꽃도, 밥과 물도 얼마 후면 사라지오. 나 자신도 곧 없어지오. 그것만이 아니오. 태양도 사라지오. 이런 마당에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확실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소. 5천 년 전에 한반도에 살았던 어떤 사람들을 생각해보시오. 1만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생각해보시오. 다시 1만 년 후에 살아갈 사람들도 생각해보시오. 1만 년 전의 사람들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듯이 1만 년 후의 후손들도 나를 생각하지 못하오. 지금 아마존에서 문명과 담을 쌓고 사는 원시부족과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듯이 긴 역사에서 선조와 후손도 역시 나와 상관이 없소. 아니,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소. 그만큼 역사가 우리에게 아득하다는 뜻이오.

     지금 우리는 세상을 너무 확실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소. 그것은 아마 ‘주객도식’이 우리의 인식을 지배하기 때문일 거요. 생각하는 ‘나’가 세계를 대상으로 놓고 규정해 나가는 거요. 거기서 삶을 확인해나가오. 이는 마치 하루살이가 세상을 자기의 경험으로 규정하는 것과 비슷하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우리 사람들에게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오. 자기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자기의 귀로만 세상의 소리를 듣소. 자기 눈과 귀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물과 소리는 놓치면서도 자기의 경험만을 확실한 것으로 주장하고. 큰 착각이오. 나의 주관적 인식과 경험에서는 삶의 확실성을 찾을 수 없소. 하나님에게서만 그것이 가능하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자기의 주관적 인식과 세계관에서 벗어난다는 뜻이오. (2010년 10월2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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