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3)

Views 2467 Votes 0 2010.11.13 23:22:30

 

     나는 1953년 1월4일 생이오. 그대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나에게도 스무 살 시절이 있었소. 아, 스무 살의 청년 시절이라! 더 어린 시절도 있었소. 부분적으로 기억이 나오. 나의 사춘기와 청년 시절이라고 해봐야 거의 교회에서 보냈기에 뭐 특별한 것은 없소. 그래도 기분은 다른 청년들과 다를 게 없었소. 여자 청년들에 대한 호기심도 똑같이 많았소. 헷세, 루이제린저, 전혜린, 릴케, 도스토예프스키, 에릭 프롬 등의 책을 밤새워 읽던 시절이오. 그 시절이 꿈결처럼 지나갔소. 그리고 지금 이렇게 옛 추억의 그림자를 (아주) 간혹 기억하는 나이가 되어버렸소.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그 시절이 쏜살같이 내 앞에 당도했소. 그대도 마찬가지요. 나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늙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에 좀 놀랄 거요. 나는 젊은이들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소. 그 젊음이라는 것도 구름과 같기 때문이오.

     지금 나는 천천히, 또는 쏜살같이 세월의 화살을 타고 날아가오. 아직 늙어간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지만 실감과는 상관없이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오. 요즘은 움직이다가 벽 모서리에 부딪쳐도 몸의 중심 자체가 흔들리오. 테니스 운동 중에도 숨이 찰 때가 많소. 그리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고 있소. 아마 살만큼 살았다는, 그래서 늙어간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소.

     이런 말을 하는 나를 염려하지는 마시오. 늙는다는 사실을 애처롭게 생각하는 게 아니오. 낙엽이 결국 나무에서 떨어져야 하는 것처럼 늙는다는 것은 생명의 순리요. 늙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뿐이오. 늙음의 종착역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오. 신앙적인 관점으로 말하면, 이 세상에서의 삶이 끝나고 궁극적인 생명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오. 궁극적인 생명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지금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소. 그걸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소. 그것은 하나님의 배타적인 사건에 속하오. 그 세계는 우리에게 올 뿐이지 우리가 그 세계를 만들 수가 없소. 그 세계에 참여하는 길은 단 하나요. 기다림이오. 참된 기다림은 이전의 것을 버리거나 최소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오. 제 정신으로 살려면 현실과 꿈을 혼동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나도 이제 지금까지의 삶을 앞으로 올 궁극적인 생명의 세계와 혼동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소. 아직 젊은 그대여, 죽음을 기억하면서 잘 살아보시오.(2010년 11월13일, 토)


The One

2010.11.14 01:15:22

아마 58년생까진 중학교 시험이 있었습니다.

12월 9일 시험치루고 3월 5일 입학식이라 놀고 먹는

3개월 동안 아부지가 지인들의 부탁을 무조건 들어주느라

월부책들이 책장에 가득한지라  국6 눈높이 맞추느라

'한국 야담 전집' (좀 야했는데) '사상계' 후반 문학편등등 닥치는 대로 

읽느라   2.0 이던 시력이 안경잽이가 됩니다.

 

그런데 목사님 전 아직도 호기심 천국입니다. 좀 별란가요?

오늘도 공원에 갔다가 좌판에 퍼즐 비행기, 자동차조립품을 살까, 말까 하다가 어느분의

충고가 생각나 접고 왔는데 제 속엔 자라기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명성자자한 '어린 왕자'님이

사는 것 같애서 가끔 비위도 맞추고 같이 놀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하나님 부르시면

잽싸게 턴 해서 미련없이 툴툴 털고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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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포스

2010.11.16 16:40:02

안녕하세요.

제가 58년생입니다. 개띠 ㅎㅎㅎ.

대구에선 고등학교 입학시험 마지막 세대입니다.

시험지 정답표기 부정 사건으로 고등학교 입학시험 2번 치렀지요.

중학교 입학은 속칭 뺑뺑이 2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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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2010.11.15 21:06:47

종종 목회자들이 군인이 전쟁터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는 것처럼

목사도 복음을 전하다 죽거나, 기도하다 죽거나,

설교하다가 죽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개인적으로 씁쓸합니다.

죽음 하면 떠오르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입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구절에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인의 삶을 보면 고통스런 삶의 연속이었지 아름다운 구석은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아름답다고 고백을 합니다.

이해와 용서, 사랑의 큰 사람같습니다.

죽을 때 잘 죽어야 하는데....

어떻게 죽은 것이 잘 죽는 것일까하고 가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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