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말한 대로 예수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성서와 교회공동체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오. 성서와 교회공동체가 바로 예수 경험의 통로이기 때문이오. 이 대목에서 ‘아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가 관건이오. 내가 보기에 거기에 이르는 길은 신학이요. 신학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시오. 거꾸로 신학을 두려워하지도 마시오. 신학은 그리스도교 영성에 대한 논리적 해명이오.

     어떤 사람들은 신학을 신앙과 대립되는 것으로 주장하오. 이것처럼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없소. 성서가 신학의 결과라는 걸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거요. 신학이 없었다면 성서도 출현할 수 없었소. 구약의 상당 부분은 신명기적 신학에 근거해서 나온 것이오. 신약의 복음서도 각각의 신학에 근거해 있소. 요한복음이 공관복음과 확연하게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소.

     오해는 마시오. 신학이 만능이라는 말이 아니오. 신학을 모르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는 말도 아니오. 신학보다 성령의 활동이 우선적이라는 말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요. 신학보다는 신앙 경험이 먼저 있었소. 신학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주도하지는 않지만 늘 토대를 이루고 있소. 앞에서 말한 성경만이 아니라 모든 교리가 바로 신학의 산물이오. 삼위일체, 종말, 창조에 대한 깊은 신학적 이해가 없이 어떻게 성서와 교회를 이해할 수 있단 말이오? 그런 이해 없이 어떻게 예수 영접이 가능하다는 말이오?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타당성 여부를 어떻게 분간할 수 있단 말이오?

     한국교회의 가장 큰 병폐는 신학무용론이오. 이것은 내가 자주 말했으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소. 교회 현장에서는 신학적이지 않은 설교가 더 환영을 받소. 대중적인 목회자들일수록 신학을 경원하오. 신학교 채플에 강사로 온 설교자들도 노골적으로 신학 무용론을 들먹거리오. 이런 상황에서는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처럼 교회를 양적으로 크게 부흥시키는 사람만 인정받게 되오. 언젠가는 그런 부흥도 비누거품처럼 사그라질 것이오.

     교회에서 신학의 기능은 세상에서 철학의 기능과 비슷하오. 철학을 몰라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소. 철학적인 반성을 하지 않을수록 세상에 적응을 더 잘 할 수도 있소. 그러나 철학이 없는 삶은 근본이 허약할 수밖에 없소. 요즘 노숙자들이나 감옥에 있는 사람들도 인문학 공부를 한다고 하지 않소. 삶의 근본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만 실제적인 삶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거요. 신학도 그렇소. 신학이 없어도 신앙생활에는 아무 지장이 없소. 그러나 신학을 통해서 우리의 신앙이 실제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소. 우리의 예수 경험이 개인의 감수성에 머물지 않고 그리스도교 전통에 굳건히 토대를 내릴 수 있소. 그대는 신학공부를 좀 하시오. (2010년 12월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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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2010.12.12 15:15:20

묻지도 않습니다.

따지지도 않습니다.

그냥 무조건 믿습니다.

그러면 믿음이 좋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저렇게 공부 많이하시고 훌륭한 우리 목사님인데 우리를 잘못 인도하시겠어요?'

'목사님, 너무 따지지 마세요. 왜 이렇게 의심이 많아요. 그러니가 부흥이 안되지요.'

제가 요즘 주변에서 듣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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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0.12.13 04:59:51

리영희 선생님의 "대화"라는 책을 거의 다 읽어 가고 있는데,

그분이 자살의 충동까지 절망의 시대에

한줄기 빛을 발견한 것은 그의 치열한 국제적 변화에 대한 예견과 분석,

치열한 독서를 통해 그런 억압과 독재가 결국

종국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도

이런 치열한 역사인식과 독서 공부가 더욱 적실히 요구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좀더 열심을 내서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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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010.12.13 20:36:36

그렇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 배운게 신학무용론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진짜 무식했던 목사였습니다.

 

그 교회에서는 제가 주석을 보는것이 못마땅하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신학공부를 쉽게 할수 없었습니다.  일반교회에서 신학공부를 시켜주지 않고, 우리가 신학교가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신학 배우려고 다이안이 되었습니다.

많이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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