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설교공부’ 대구 모임에서 강의하다가 불현듯 나온 말이 다음과 같았소. “샘터교회의 캐치프레이즈는 전교인의 신학자화입니다.” 그 모임에 참석한 분들에게 재미있으라고 한 말이었소. 나는 원래 교회에서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오. ‘삼백만 신자 돌파의 해’라거나 ‘도덕적 주도권을 회복하자!’라는 구호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오. 하나님 나라에 진력하면 충분하지 무슨 특별한 구호가 필요하냐 하는 게 평소의 생각이오. 다만 교회의 어떤 방향 같은 것은 있을 수 있소. 그런 의미에서 전교인의 신학자화라는 말을 한 거요.

     한국교회의 특징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그리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은 신학무용론이오. 신학은 믿음과 반대되는 용어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오. 신학을 몰라야 교회에 더 충성하고, 순종할 수 있다고 말을 하오. 이런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오. 한국교회의 모든 관심은 교회성장이오. 교회성장과 신학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오. 오히려 거꾸로요. 신학이 없어야만 교회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실제로 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교역자들은 신학적으로 수준이 크게 떨어지오. 교회성장이 교회의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자리하는 한 신학무용론은 피할 수 없소.

     교회성장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신앙생활에서 신학의 필요성은 절실하게 느끼지 못할 거요. 물론이오. 신학이 없어도 건전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소. 교회의 공적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나름으로 교회 봉사를 하고, 사회에 나가서 성실하게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소. 그대가 이런 정도로 만족한다면 그렇게 신앙생활을 해도 좋소. 거기서도 신앙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소.

     그러나 신앙의 깊이로 더 들어가려면 신학은 필수요. 이는 마치 세속 생활에서 인문학 공부가 차지하는 것과 비슷하오. 인문학, 또는 철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소. 그러나 삶의 깊이로는 들어갈 수 없소. 소유가 무엇인지, 고대 유인원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전쟁은 무엇인지, 성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배우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삶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겠소. 신앙도 똑같소. 하나님 나라, 종말, 부활, 칭의, 성만찬, 초기 그리스도교의 형성역사 등을 모르면서 어떻게 신앙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겠소?

     오해는 마시오. 신학화가 신앙을 지성화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오. 지성이 곧 믿음이라는 말도 아니오. 지성의 한계도 크오. 신학은 지성이 있느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니라 신앙의 근본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안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원이오. 학교 공부가 많지 않아도 신학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고, 거꾸로 학교 공부가 아무리 많아도 신학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소. 지성이라기보다는 영성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소. 전교인의 신학자화는 전교인의 영성화라는 말과 같소. 교회생활의 표면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고 근본에 대해서 영적인 촉수를 예민하게 작동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뜻이오.(2010년 12월29일, 수)


차성훈

2010.12.30 02:17:19

같은 맥락에서 전 신'학자'라는 단어보다는 신학'인'이란 말을 자주 씁니다. 왠지 '학자'란 말은 엘리트를 암시하는 듯해서요. '일상신학인'이라는 조악한 용어가 쓸만해질 수 있으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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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2010.12.30 09:56:31

제가 신년도 지방회장이 됐습니다.

회장의 권한으로 지방회 행사에 초청할 강사를

의식있는 신학대 교수로 하자고 발언했다가 깨갱했어요.

"회장님 목회와 지방회 대부분 개교회 목회하고는 맞지 않습니다."

즉시 발언 취소했습니다.

뒤늦게 예수를 믿고 집사가 된 그 친구분 교회의 노인 집사님이 제게 그러더군요.

"예수를 믿어보니께 참 단순하고 모든 것이 복으로 통하더만요.

교회 안빠지고, 헌금 잘하고,봉사 잘하면 믿음이 좋다고 하더라고요잉.

어떤 문제를 깊이 성찰하는 수도자의 모습이랄가 화두가 없어라잉.

나같은 무식쟁이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의식있는 사람은 교회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다 늙었고 시골에 살지만 목사님은 도회지 목회를 하시니께 고민을 많이 하시야겠어요잉"

그 말을 들을 때 '목사가 신자를 띠엄 띠엄(잘 알지 못한다는 의미) 아는구나'

전 교인의 신자화는 아니더라도 파레토의 법칙처럼 20이 80을 이끌어가는 그날이 속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다비아는 막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자!^^

아셀

2010.12.30 23:36:18

목사님

전교인의 신학자화 참 고단합니다

저쪽 어느 나라 구호 같기도 하구요.

 

신학서적 읽으랴, 인문학 서적 읽으랴

속내와 동떨어진 설교에 고객 끄덕이랴

 

그래도 출퇴근 긴 시간을 채우는 것은

목사님 글이니...햇수도 꽤 되었슴다

 

묘함에 이끌리고, 깊이에 길을 잃습니다

어지럼증, 그리고 다시 명료함, 안도의 한숨

 

아둔함 탓으로 돌리기엔 억울합니다

나름 엇뜻 엇뜻 그 분이 오십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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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로

2011.01.02 01:41:19

블로그에 가져갑니다. 전 신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의 근거로 비판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제가  요즘 슈바이처의 나의 생애와 사상을 읽고 있는데, 신학교 시절에 기존 예수연구를 비판적으로 읽음으로써 자신만의 그리스도론을 만들어간 슈바이처의 신학자로서의 분투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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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회색늑대

2011.01.27 20:39:13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마음과 말은 그리하지만


실상 삶은 다른 노선으로 향하고 있는 우리에 모습에서


괴리감에 빠지지 않도록 영적 민감함을 길러야겠습니다.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없길 기도합니다.

그렇군요

2011.02.24 14:32:56

"평신도가 너무 깊숙히 들어가면 교회를 떠나게 된다"는 어느 사모님 말처럼

갈급함을 채우려고 헤매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선과 악, 의와 죄를 설명할 줄 몰랐는데

"복"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모두 모두 신학을 공부합시다.

그리고

깨우쳐 주시는 성령님의 은혜를 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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