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금년 한 해도 지구라는 별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갈 수밖에 없소. 이 삶을 일상(日常)이라고 하오.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의 내용들이오. 여기에는 빈부귀천이 따로 없소. 건강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이나 예외가 없소. 숨을 쉬고, 먹고 배설하고, 사람을 만나고, 태양과 별을 보고, 노동하고, 돈을 벌고, 사랑하고, 투쟁하는 일이오.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일상을 피할 수는 없소. 이런 일상을 그대는 어떻게 살아낼 작정이오? 이에 관해서 그대와 당분간 이야기를 하고 싶소.

     돈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그것에 가장 크게 지배받고 있소. 모든 일상이 돈으로 규정되고 있소. 운동선수나 연예인들 중에서 연봉이 수십억 원, 또는 수백억 원이 되는 분들도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어떤 MC는 하루에 10억 원을 번다는 뉴스를 보았소. 액수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소. 우리나라도 경제 수준이 높아져서 대기업 초임 직원의 연봉이 3천만 원 이상이나 되오. 모두 돈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소. 이게 자본주의 특성이오.

     이런 시대정신은 정의와 평화, 혁명과 투쟁을 모두 부정하거나 무시하오. 윤리, 사랑, 예술, 철학도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소. 요즘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이 믿거나 말거나 50% 내외라 하오. 총체적으로 비겁하고 얍삽하고 불의한 정권이지만 경제가 나름으로 돌아간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이건 착각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결과를 빚고 있소. ‘4대강 살리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대도 알 거요. 그것도 다 돈벌이와 직결되오. 대한민국 국민이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을 때 이미 이런 결과는 예측된 것이었소.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돈이 신이오.

     이미 이런 시대에서는 다른 삶을 선택할 여지가 없을 것 같소. 실제로 돈이 없거나, 부족하면 일상이 불편하오. 이런 시대정신을 개인이 뚫고 나가기에는 개인의 역량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소. 어쩔 수 없이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오. 패러다임의 변화요. 이를 위해서 정치변혁도 필요하오. 그런데 정치 자체가 이런 시대정신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으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소. 본인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개인들의 일상은 총체적으로 파괴되어가고 있소. 그대의 일상도 그렇게 소비된다고 느끼지 않소? 아니면 나름으로 즐겁소? 그렇다면 다행이오. (2011년 1월4일, 화, 햇살)


profile

모래알

2011.01.04 23:55:08

총체적으로 파괴되어 간다구요? 

그래도 전 목사님께 늦었지만 생일 인사를 드려야 할 거 같네요.

햇살이 좋았던 하루였나요?  내일 해가 또 동쪽에서 뜨겠죠?

저는 오늘 나의 일상을 어떻게 뭘 하며 잘 지낼 수 있는지 곰곰 생각 중입니다.

좋은 밤 되십시요..

profile

정용섭

2011.01.05 09:34:42

총체적 파괴 운운에서

모래알 님은 제외에요.

구제역으로 한국 목축업이 총체적으로 파괴되고 있지만

여전히 건강하게 보존되는 지역이 있는 것처럼이요. ㅎㅎ

모래알 님은 저와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서

비슷한 세태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서 살고 계시지요?

아직 노후를 말할 나이는 아니지만

나머지 세월을 잘 살아봅시다요.

좋은 밤 되세요.  

 

길을따라서

2011.01.05 10:53:36

Recommend
1
Not recommend
0

목사님...

이명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거짓입니다^^

정직하지 않은 언론의

장난에 불과하지요...

 

다른 이야기지만

목사님 뵐 때 마다

울 아들이 목사님을

알게되는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한답니다^^

profile

도도아빠

2011.01.05 09:50:38

굳이 '돈'이 아니어도, 인간이라는 피조물의 삶이 그런 것 아닐까요? 하나님의 선물을 선물로 알지 못하고, 은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물론 '돈'은 시대가 바뀌면서 그 나쁜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지요. '돈'을 무시할 수 없고, 그렇다고 '돈'의 지배를 받으며 살 수도 없고. 이 둘 사이의 긴장을 예민하게 느낀다면 하루하루가 힘겹겠고, 그나마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며 버티겠죠. 그렇지 않다면, '돈'에 사로잡혀 사는 거겠죠. 물론 자신이 '돈'의 노예가 됐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요.

 

저는 좀 다른 생각을 해 봅니다. 왜 인간을 이런 존재로 만드셨는가?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며, 하나님만 바로보며 집중하는 것이, 왜 이토록 고난의 길이어야 하는가? 과연 이런 신앙의 길, 가히 '고통의 신앙'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 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계속 던져봅니다.     -sg-

낙타

2011.01.06 13:05:24

돈 많은 사람들이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결국 진리에 목마르게 되고 / 때론 채워지지 못한 자아에 실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죠.

바울이 돈많은 부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했던 성경의 내용들로만 봐도 간접적으로 돈이 다 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사실을 기반으로 살아가기는 매우 어렵더군요.

돈을 필요로 하는것 자체가 진리에 대한 목마름이 덜 한건지. 일상의 삶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인지 조차 구별하기 힘듭니다.

 

이명박 정부의 사대강 사업만 봐도 그렇습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대강 뚫리면 자전거 도로 깔려서 자전거 많이 팔리겠구나' 하는 개인적 득만 생각하게되더군요.

돈.. 무섭습니다. 그래서 맘몬신으로 불리지 않았을까요.

목사님 설교듣고 점점 분명해지는 제 상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박찰을 가야해주세요.^^ 

profile

새하늘

2011.01.06 13:07:54

요즈음 이리저리 마음이 복잡하니, 순간적으로 로또 1등에 당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자주 합니다.

그것이 삶의 진실, 전부가 아닌줄 알면서도 문제의 자물쇠를 풀 수있는 열쇠라고 망상하니 웃습니다.

소박한 삶속에 행복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네요.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 일상에 대해(1) -돈- [6] Jan 04, 2011 2998
2225 더불어, 홀로 [10] Jan 04, 2011 2863
2224 한 해를 맞으며 [2] Jan 01, 2011 2131
2223 한 해를 보내며 [6] Dec 31, 2010 3580
2222 신학책을 읽자! [10] Dec 30, 2010 3433
2221 전교인의 신학자화(化) [6] Dec 29, 2010 3184
2220 박완서 [4] Dec 28, 2010 2699
2219 성탄절(3) [1] Dec 27, 2010 1861
2218 성탄절(2)) [2] Dec 26, 2010 4037
2217 성탄절(1) [3] Dec 25, 2010 2250
2216 대림절에 대해서(6) Dec 24, 2010 2233
2215 대림절에 대해서(5) Dec 23, 2010 2484
2214 대림절에 관해서(4) [1] Dec 22, 2010 1988
2213 한명숙과 검찰 [2] Dec 21, 2010 2346
2212 대림절에 대해서(3) [2] Dec 20, 2010 2242
2211 대림절에 대해서(2) Dec 18, 2010 2313
2210 대림절에 대해서(1) Dec 17, 2010 2464
2209 하나님에 관한 질문(20) Dec 16, 2010 2046
2208 하나님에 관한 질문(19) [2] Dec 15, 2010 2434
2207 이명박 정권과 한국교회 [6] Dec 14, 2010 2612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