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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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2월 4일,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이 태어나셨습니다. 사실 잘 몰랐다가 얼마 전 평전 『디트리히 본회퍼』(에버하르트 베트게, 복있는 사람)을 읽고서야 놀라운 분, 하나님과 사람을 사랑하신 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냥 쓸쓸히 지나기가 싫어서, 평전 가운데 마음에 담고있는 몇 구절 옮겨봅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리스도교의 현세성은 교양인들, 활동가들, 안락하게 사는 사람들, 호색한들의 천박하고 속된 현세성이 아니라, 충분히 훈련되고 죽음과 부활을 늘 생생히 의식하는 심오한 현세성일세. ... 그 후 나는 현세에서 충분히 살 때에만 비로소 믿는 법을 배울 수 있음을 알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네. 성인이건, 회개한 죄인이건, 건강한 사람이건 간에 제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할 때-나는 이것을 일컬어 현세성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말하자면 과제와 문제, 성공과 실패, 경험과 우왕좌왕을 충만히 사는 것이네-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 품으로 뛰어들고,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의 고통이 아니라 하나님의 고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겟세마네의 그리스도와 함께 깨어있게 되는 것이네.'(193~194쪽)
'계시에서 중요한 것은 계시 너머에 계신 하나님의 자유, 하나님의 자존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유출, 하나님이 주신 말씀, 하나님이 맺으신 언약, 자신을 역사적 인간과 기꺼이 연결하고 자신을 인간의 처분에 맡기면서 강하게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느긋하심이다. 하나님은 인간과 동떨어진 분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존재하시는 분이시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말씀의 자유다. 하나님은 영원토록 붙잡을 수 없는 분이 아니라, 임의대로 표현하건대, 교회가 선포하는 그분의 말씀 속에서 우리가 소유할 수 있고 붙잡을 수 있는 분이다.'(229쪽)
값싼 은혜는 우리 교회의 치명적인 적이다. 오늘 우리의 싸움은 값비싼 은혜를 얻기 위한 싸움이다. 값싼 은혜는 싸구려 은혜, 헐값의 용서, 헐값의 위로, 헐값의 성만찬이다. 그것은 교회의 무진장한 저장고에서 몰지각한 손으로 생각없이 무한적 쏟아내는 은혜다. 그것은 대가는 값을 치르지 않고 받은 은혜다. ... 교훈과 원리와 체계도 값싼 은혜다. ... 죄를 뉘우치지도 않고 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세상은 자신의 죄를 덮어줄 값싼 덮개를 값싼 교회에서 얻는다. 값싼 은혜는 하나님의 생생한 말씀을 부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값싼 은혜는 죄인을 의롭다함이 아니라 죄를 의롭다 함이다. 은혜가 홀로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모든 것이 케케묵은 상태로 있어도 된다는 것이다. ... 값싼 은혜는 우리가 스스로 취한 은혜에 불과하다. ... 싸구려 은혜는 그리스도를 본받음이 없는 은혜,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 곧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하는 은혜에 불과하다.'(231~232쪽)
종교 개혁사의 승리자는, 루터가 알아낸 순수하고 값비싼 은혜가 아니라, 은혜를 가장 싼값에 소유할 수 있는 나라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 인간의 종교적 본능이다. ... 루터가 은혜에 대해서 말할 때면, 그것은 그 자신의 삶이 은혜를 통해서 비로소 그리스도께 완전히 복종하게 되었음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었다.'(232쪽)
신학의 역사에서 본회퍼 목사님의 위상은 잘 모릅니다. 그분의 전집을 읽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새겨둘 분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나님과 동떨어진 인간, 실존과 멀리 서있는 하나님이 아닌, 지금 이곳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임을 믿습니다. -sg-
저도 디트리히 본회퍼를 에버하르트 베트게의 전기로 만났습니다. 2010년 읽은 신학서적중에서 최고의 책이었고,"그리스도를 따름이 없는 신앙,십자가가 없는 신앙,성육신이 없는 신앙 곧 그리스도를 따름으로 인한 고난이 없는 신앙은 싸구려 신앙"이라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사상은 곧 저의 신앙적 좌우명이 되었죠. 성서를 정치적으로 곧 역사적으로 읽은 그의 영성도 제 신앙적 자람에 영향을 주었고요.
가톨릭 수사가 되기 위해 프란체스코 수도회 작은형제회에서 훈련중이신 삼촌에게도 보내드렸는데,마음에 드는 책이라며 좋아하시더군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마 그분의 전기를 읽었을때의 제 나이가 그분이 돌아가셨을때의 나이와 같았을겁니다.
많은걸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강성모교수가 쓴 '이 사람을 보라'를 읽어서 이름만 알던 그를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나중에는 마크 디바인이 쓴 본회퍼의 삶과 신학을 읽고서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본회퍼는 성경을 해석할 때 반역사적이거나 신비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또 짧은 생애 동안 성경을 공부하기 위해 문법적이고 역사적인 도구뿐만 아니라 배경학문을 이용했고, 제자들에게 성경연구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라고 당부했다. (본회퍼의 삶과 신학 Page82)
그런데 바르멘 선언의 기초를 바르트가 작성했는데, 완성된 고백문은 본회퍼가 관련되었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