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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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가 요즘 두통이 계속 있어 오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척수액 검사라는, 도희가 골수 검사와 함께 가장 아파하는 검사를 받았습니다. 기도 부탁 드립니다.
검사를 받은 도희가 침상에 누워 쉬고 있는데, 아내가 입을 엽니다.
"인범이 알지?"
"?"
"지난번 도희 입원했을 때 (2인실에) 같이 있던 애. 중학교 1학년인가 했잖아."
"그래, 인범이."
"대군가에서 치료받으러 다녔잖아. 애 소식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아내가 뭔가 몸짓을 합니다.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고, 아내에게 화를 냈습니다.
"그런 얘기 듣지말고 나한테 하지마, 잘 된 애들 얘기 들어. 얼마나 내가 마음 아프고 두려운지 알아?"
인범이. 며칠 동안 도희와 2인실에서 같이 보낸 아이였습니다. 도영이보다 한 살 아래였고, 키가 좀 작았지만 똑똑하고 씩씩한 사내아이였습니다. 도희보다 치료를 먼저 시작했지만, 우리가 처음 알았을 때는 재발해서 다시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습니다. 머리는 이미 다 밀었고, 그래도 열심히 책 읽고 노트북으로 인터넷도 하면서 말도 잘 하던 머슴아였습니다. 재발했다는 말에 그 때도 마음이 저렸고, 얼마나 힘들까, 어떻게 또 그 험한 항암 치료를 다시 받을까, 안쓰럽고 걱정했었습니다. 도희가 퇴원하면서, 인범아, 힘들어도 치료 잘 받자, 그래서 좋아져서 또 만나자고 했었습니다.
하나님께 뭐라고 해야할까요? 우리 도희는 그래도 치료가 되고 있으니 감사하다고, 내 새끼는 그래도 좋아지고 있으니 정말 감사하다고 해야하나요? 또 당신 자식은 그런 병에 걸리지 않았으니, 다행히고 감사하다고 기도해야 할까요? 도대체 뭐라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나요? 이 세상에 죽어가는 아이가 어디 인범이 하나 뿐이냐고 하시렵니까? 그래도 인범이는 치료라도 받아봤으니 운좋은 것 아니냐고 해야할까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니냐,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것 사람이 어떻게 하겠냐, 그러시겠습니까?
저는 모르겠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답을 내겠습니다. 저는 못하겠습니다. 그냥 화가 납니다. 울음도 납니다. 겁도 납니다. 도대체 당신은 계십니까? 뭐하고 계십니까? 아이들을 보내주신 분 따로 계시고, 데려가시는 분 따로 계십니까? 왜 아이들을 보내주셨습니까? 죄인이라는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고 싶으십니까? 그래서 당신의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감당할 수 없는 시련과 헤아날 수 없는 슬픔을 주시렵니까? 모든 걸 다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백하면, 그러면 용서하시렵니까? 당신의 뜻을 어찌 이런 미천한, 버러지만도 못한 제가 알겠습니까? 종말의 때라야 그 뜻을 안다고 한들 뭣합니까? 부모의 가슴에 그런 뺄 수 없는 못을 박으시고, 당신은 왜 그러십니까? 예수님의 손과 발에 박힌 못으로 충분치 않으십니까?
도희가 좋아지면서 하루하루 감사의 기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아마 자기 전에 다시 감사의 기도를 하겠지요. 당신께 삿대질하며 따진들, 아무 소용없을 것이기에, 아니 마음 한편으론 그런 불경이 그래도 내 새끼,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도희의 완치에 해를 끼칠까 하는 두려움과 공포에, 또 그래도 하나님밖에 의지할 분이 없기에, 기도에 기도를 더하겠지요. 하나님, 하나님, 도희와 아픈 모든 아이들을 긍휼히,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아버지의 크신 권능으로 치유하시고 완치시켜 주옵소서.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재발하지 않게 하옵소서. 두번 다시 이런 고통을 되풀이 하지 않게 하옵소서. 당신께서 주신 슬픔에 잠겨있는 엄마와 아빠를 위로해 주옵소서. 하나님, 당신이 만드신 저희를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당신의 아들, 예수님의 사망의 고통을 아시는 하나님, 저희를 긍휼히 여겨주옵소서. -sg-
산고의 통증과 수고로움, 생명 탄생에대한 경이를 얘기하며 감사의 글을 쓰고 난 후 바로 이 글을 대합니다.
갑자기 뭐라 말 할 수 없는 기막힘과 더불어 순간 심장이 답답해 오네요.
공지영 작가의 어느 글에선 아우슈비츠에 갔을 때 울음도 안 나오더라는 글귀도 생각이 나고......
늘 도희 아빠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 마다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긍휼외엔 다른 기도를 드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 ! 저희를 긍휼히 여기시고 소망과 자비의 길로 이끌어 주세요.
또한 하나님의 위로하심을 조용히 기다립니다...... 아멘.
도희아빠 님의 글을 읽으니
언젠가 이우슈비츠를 방문하고 들었던 의문이 떠오릅니다.
하느님은 이 경악할 죄가 자행될 때 어떤 심정이셨을까..., 왜 침묵하셨을까.
독생자 아들의 사망의 고통을 아시는 주님... 이란 글귀가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