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 외부로부터, 또는 내부로부터 자신의 안일을 기약하는 모든 전제들을 포기하는 일만이 잘 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전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마음대로 다룰 것이 분명하다. 신학이 만약에 자신의 명제들과 자신을 구축하는 어떤 힘을 전제한다면 이는 신학이 저 힘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이 힘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학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이란 이 신학과 이 신학의 명제들을 떠받칠 수 없는 힘이다. 신학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전제들을 가진다면 그것이 추구하는 바는 그를 피해버리고 말 것이다.(67쪽)
위의 글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 따라가기가 어렵소. 핵심은 다음과 같은 것이오. 앞글에서 신학은 하나님 말씀 외에 아무런 전제가 없다고 했소. 위 글은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소. 바르트가 경험한 자유주의 신학은 하나님 말씀이 아닌 다른 전제를 갖고 있었소. 그것이 쉴라이에르마허의 절대의존의 감정이나 리츨의 윤리 같은 것들이오.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요. ‘독일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체는 히틀러 신학을 협조, 또는 방관했소. 민족주의가 매력적인 전제였던 것이오.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 또 다른 구원자가 가능할지 모른다는 이런 민족주의적 견해를 철저하게 부정했소. 민족주의가 왜 나쁘냐, 하고 그대가 생각할 수 있소. 민족, 국가가 신학의 전제가 되면 어용종교가 되는 거요. 로마의 형법에 따라서 십자가에 처형당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국가 종교와 비슷한 어떤 형태를 용납할 수 없소. 오늘로 바꿔 말하면 신학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이념을 전제하지 말아야 하오. 설교자는 청중들의 세속적인 욕망을 전제하지 말고 설교해야 하오. 기복적인 설교는 그걸 전제하는 거요. 설교자들이나 청중 모두 이런 사태를 뚫고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바르트가 말하는 ‘말씀신학’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오. 말씀이 보물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재산을 팔아서라도 보물이 묻힌 밭을 살 거 아니오.
목사님께서 설교자는 세속적욕망을 전제하지 말고 설교해야 된다는 말씀에서 '세속적인 욕망'의 범위가 어디까지 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단지 물질적욕망만을 의미하시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입니다.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그 모든 정신적인 욕망, 즉 반듯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도 일종의 세속적욕망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도덕지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목사님들이 설교에서 더 강조하시는 것 같아요. 그게 마치 그리스도인의 표지인 것처럼요, 사실, 이렇게 되면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도덕군자 만들기에 차용되는 결과밖에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심오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존재하심에 대해, 그리고 말씀으로, 또 인간으로 육화하시고.. 이런 신비를 교회에서는 왜 정면으로 다루지 않을까요?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런 하나님의 신비 앞에서 우리의 실존을 깨닫게 된 후에야 가능할텐데요.
요즘에.. 어느 목사님 설교비평에서 "신앙은 심화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심화'는 바로 하나님중심, 말씀중심일때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오늘, 바르트의 말씀을 읽으면서 '로고스'가 더 신비하게 생각되는군요.우리의 안과 밖에서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통치할 수 없다는 것, 오직 신적인 로고스만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그 로고스의 절대적인 힘을,그 신비의 힘을 저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제가 보기를 원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