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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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가 병원에 영양제를 맞으러 가기 전, 장보러 간 엄마를 기다리다 닌텐도 게임에 빠졌습니다. 어제부터 다시 닌텐도 게임기를 찾네요. 책읽기, 인터넷 게임, 음악, TV, 보드 게임, 종이 접기, 미술 등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도희가 제일 좋아하는 건, 집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겁니다. 조금 더 참고 견디면 그럴 수 있을 겁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사랑하는 다비안들께 인사드립니다.
도희가 오늘로 제대혈을 이식 받은지 300일이 됐습니다. 도저히 글과 말로 전할 수 없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길을 걸었고, 지금도 걷고 있습니다. 오직 이 말씀만 드릴 수 있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만이 유일한 힘이십니다. 왜 당신께서 허락하신 이 귀한 딸이 아파야 하고, 죽을 고비를 겪어야 했는지, 왜 적잖은 아이들을 데려가시는지, 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주시는지, '도저히',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알 수 없지만,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 하나님 아버지의 긍휼과 사랑, 자비만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입니다.
이것은, 도희가 조금씩 좋아져서 생기는 마음의 여유에 따른 '승리의 고백'이 아닙니다. 오히려 '불안한 고백'입니다. 앞을 알 수 없기에,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기에, 그런 험악한 상황에 몰려 나오는 '나약한 고백'입니다. 그렇다고 저를 너무 탓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래도 당신을, 이제는 '우리 하나님 아버지'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 도희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먼저 알려드리면, 외출이 조금 늘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1주일에 두 번,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배우던 선생님을 찾아가 열심히 치고 옵니다. 마스크에 손 소독제를 벗 삼아, 아이들이 없는 오전 시간에 배우지만, 그저 기쁩니다.
꽃샘 추위가 아직 남아 있지만, 산책할 수 있는 따뜻한 날에는 열심히 걷습니다. 사라졌던 다리 근육이, 약간 생긴 것 같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백혈구, 혈소판, 면역력(ANC), 적혈구, 이 수치들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혹독하고 두려웠던 겨울, 감기 걸리지 않고 보냈습니다. 수시로 괴롭혔던 cmv 바이러스도 잘 조절되고 있습니다.
또 도희가 좋아했던 종이 접기, 미술을, 방문 교사 선생님을 통해 1주일에 한 번씩 배우고 있습니다.
저와도 좀 더 가까워졌습니다. 도희가 좋아하는 음악들도 찾아서 mp3 플레이어에 넣어줍니다. 얼마 전엔 저희 모녀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영화 한 편도 봤습니다. 낄낄 거리며 같이 웃습니다. 아직은 밤마다 다리가 아파 두드리는 날이 많은데, 그 시간이 반갑습니다. 도희 다리를 두드려주며 요런조런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며 아이를 재웁니다.
도희가 다 나으면 방송 댄스-이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를 배우겠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돌, 걸그룹, 보이그룹에 빠졌는데, 자기도 연예인하겠다며, 저보고 밀어달랍니다.ㅋㅋ 그냥 웃고 말았는데, 요 녀석은 꽤 진지합니다.
좀 힘든 소식도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 약을 줄여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듭니다. 반 알 먹는 작은 알약이 있는데, 그것을 다시 반으로 줄이려다가 아주 고생하고 있습니다. 장이 감당하지 못하는지 복통이 심하고 설사가 이어집니다. 하루 반에 다시 원래대로 복용하는데도 벌써 1주일째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해 며칠 전부터는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있습니다. 아이가 기진맥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자니, 쉽지 않네요. 약을 줄이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
진통제(몰핀)를 줄이려고 지난 달까지는 애 엄마와 도희, 저와 도희가 한창 싸우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줄이자고 하면, 아이는 배가 아파서 못 견딘다고 울고... 아직 진통제는 줄이지 못하고 있네요.
저와 여전히 다투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 녀석이 아빠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합니다. 아직 어리고 아프니까 그런 것을 알지만, 어떨 때는 좀 밉기도 하네요. 어쩌겠습니까, 제 자식인 것을.
그래도 이렇게 적고 보니, 좋은 소식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렇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두 달여 뒤, 5월 말이나 6월 초에, 다시 한 번 골수 검사를 합니다. 거듭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이번 골수 검사 결과를 선하게 이끌어주시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모든 수치가 잘 나오고, 병을 일으켰던 유전자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나오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절대로 재발하지 않도록, 두번 다시는 이런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이 시각에도 많은 아이들이 입원해 있고, 병원을 찾고 있습니다. 이식방에서 이식을 앞두고 그 독한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식을 마치고 이제 새로운 고통 속에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치료가 여의치 않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도희와 아픈 모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 다비안들과 늘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건강 하십시오. 늘 고맙습니다. -sg-
도희가 얼굴살도 좀 있고, 피부도 좋아보이네요^^ 아마 도희가 이런일을 겪으면서 삶의 군더더기를 많이 제거했을것입니다. 성숙하다는것은 그만큼 앞서 살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깊은 생각을 하는것 자체만으로 하나님과 더 깊은 사귐이 있을것입니다.^^ 더욱 건강해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