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에서든 좁은 의미에서든 신학자가 되고 신학자로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소여성(所與性)이 아니라 가장 구체적인 은혜이다. 신학자가 신학자 될 수 있는 것은 과격하고 근본적인 놀라움에 의한 것이다. 신학자는 이 은혜를 수용한 사람이며, 이 은혜에 대한 응답으로서 신학활동을 한다. 또한 이 은혜의 수용자는 다만 자신만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을 즐기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은혜를 수용하지 못한 사람은 신학에서 손을 떼고 하나님에 대한 놀라움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놀랄 필요가 없는 다른 활동을 택하여 거기에 헌신하는 편이 더 좋다. 어쨌든지 신학은 하나님의 기적에 대한 놀라움과 자신에 대한 놀라움을 피할 수 없는 학문이다.(84쪽)

 

     신학자의 실존은 단순한 소여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은혜라는 말을 기억하시오. 소여성은 ‘주어져 있는 것’(Gegebenheit)을 가리키오. 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라는 말이오. 그것은 은혜의 사건이오. 은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뜻이오.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행위를 깨닫고 거기에 사로잡히는 일은 사람이 억지로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선물로 주셔야 한다는 뜻이오. 그렇다고 해서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질 때까지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오. 신학자는 당연히 구도적인 자세로 공부해야 하오. 그런 사람에게 어떤 순간이 닥치오. 놀라움을 경험하는 순간이오. 그것이 바로 은혜의 순간이오. 다시 말하지만 신학자는 어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이오. 신학(theology)은 우리가 매일 듣고 생각하는 하나님(theos)의 말씀(logos)을 가리키오. 그대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행위가 놀랍게 다가오는지 아닌지를 잘 살펴보시오. 일단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겠소. 그대의 일상이 하나님에 대한 놀라움으로 가득하기를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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