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회가 하나님나라의 유일한 전초기지임을 믿고 중시하는 교회주의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교회 생활에 열심인 성도들을 볼 때면 고맙고 감사한 생각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들의 순전한 믿음에 도전을 받기보다는 믿음에 생활을 앗기고 있다는 사특한 의구심이 든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믿음과 생활의 역현상 때문이다.
본디 믿음은 삶을 위해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이다.
소위 ‘믿음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믿음으로 생활’하게 하기 위해 허락된 은총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구겨진 존재와 삶을 구원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인 것이다.
사실 ‘믿음⌒생활’이란 아주 소박한 것이다.
마음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만도 아니고,
교회당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 - 예배 · 기도 · 말씀 묵상 · 교회 내 봉사와 대외 봉사 - 에 참여하는 것만도 아니다. 하나님나라 사업에 헌신하는 것만도 아니다.
일상의 모든 일을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바로 ‘믿음⌒생활’이다.
하여, 믿음과 생활의 관계는 분명해야 한다.
믿음이 생활을 위해 동원되어야지 생활이 믿음을 위해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교회의 현실은 영 다르다. 믿음과 생활의 우선순위와 구조가 뒤집어졌다.
목회는 믿음을 위해 생활을 동원하는 기술이 되어버렸고,
성도들의 자원을 최대한 교회 사역의 장으로 끌어낼 줄 아는 목회자가 영성 깊은 목회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믿음으로 생활을 떠받치는 교회는 쇠락하는데 비해 생활로써 믿음을 떠받치는 교회는 성장하는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이다.
교회 안에는 ‘믿음 지상주의’와 ‘믿음 환원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루터가 주창했던 “오직 믿음”조차도 본래의 궤도를 벗어나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동원하는 목회적 구호가 되었고, 성도들을 교회 생활에 붙박아두는 정당한 원리로 둔갑해버렸다.
이처럼 ‘믿음⌒생활’이 ‘믿음생활’로 탈바꿈하게 된 데는 목회 성공과 교회성장주의에 매몰된 목회자들의 천박한 욕망과 신학적 협소함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그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소위 ‘믿음생활’에 열심인 자들일수록 훌륭한 성도라는 칭송을 받기 때문에 “오직 믿음”이 목회적으로 어떻게 변용되고 있는지, 믿음이 어떻게 삶을 갉아먹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하지만 성도들의 마음과 생활이 많이 지쳐있는 걸 보면 짐작이 간다. 그동안 성도들이 얼마나 생활로써 믿음을 뒷받침해왔는지를.
이제는 습관처럼 익숙해진 목회적 관행을 멈추어야 한다.
믿음을 도구화하는 목회, ‘믿음생활’만을 종용하는 목회, 성도들을 교회성장의 볼모로 후리는 목회적 악습을 청산해야 한다. 물론 교회의 담(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대안공동체로서의 구별됨)은 꼭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담 안에만 성도들의 에너지를 쏟아 붓게 하는 목회 이기주의의 죄악은 청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6일 동안의 일상에서도 믿음의 진가를 드러내는 신앙인으로 양육하는 목회,
‘믿음생활’을 넘어 ‘믿음⌒생활’을 하도록 돕는 목회,
성도들을 세상에 파송하는 목회로 거듭나야 한다.
믿음과 생활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데...
행위로 너무 지나치게 드러내 보이려는 인간적인 욕망과 무지에서 비롯된 현상이겠죠.
신학적 훈련을 받은 목회자들이 바른 신앙을 가르치고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데
믿음을 도구화 시켜 버린 작금의 현실을 보게 됩니다.
교회의 담에 머물지 않고
온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의 손길을 매순간
낯과 밤이 교차되는 순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계절..
호흡할 때 마다 그분의 따뜻한 손을 느끼는
온 삶이 바로 예배이고 믿음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싶습니다.
다비아와 함께 한 이후... 교회를 떠나 숲을 즐기고 있는 나무늘보는 요즘 교회가 그립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긴장감'을 즐기고 있기도 하네요... 목사님의 책과 글들 늘 감사하게 공감하며 읽고 있습니다. 건강을 회복하시고.. 새로운 교회의 전형을 만들어가시는 귀한 사역, 부담보다는 자유함으로 진리를 이루어 가시기를...
나무늘보님,
안녕하세요...
무척이나 아름다운 5월입니다.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집만 일상에 휘둘리지 않고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저희 가정도 거의 15년 정도 다니든 교회를 떠나 한달 동안 순례예배를 드리다가
성공회교회로 인도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예배학의 대한 좋은 책을 읽으면서 성공회에서 드리는 예전예배가 저희에게는 참으로 유익하고
좋은 교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교회를 정하지 않으셨다면 가까운 곳에 성공회교회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한번 시간 나시면 지리산에 오셨다가 주일에 성공회예배를 한 번 드려 보는 것도 아주 유익할 것 같습니다.
사모님과 세정, 일륭이도 공부한다고 많이 바쁘겠네요...
좋은 계절 행복한 일들로 가득차길 바랍니다...
믿음과 생활의 길잡이가 될 것 같숩니다.
제 어느 후배의 말이긴 하지만요
이전에는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성실하다든가 참되다든가 라는
그런 생각들을 가졌었는데
어느 때 부턴가는
좀 모자란 사람 아냐 라는 생각이 앞선 다네요.
정병선 목사님의 길찾기로
명예 회복이 되겠습니다..
‘믿음생활’을 넘어 ‘믿음⌒생활’을 하도록 돕는 목회,
성도들을 세상에 파송하는 목회로써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늘 이러한 건강한 목회 하시길 기도합니다. ^^
정병선 목사님의 글 아주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하구요... "믿음생활"하고 비슷한 것이 "신앙인격"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 잘 쓰시는 표현인데... "신앙인격"의 요는 목사님 말씀이면 콩을 팥이라고 해도 믿고, 무조건 순종하며, 교회 예배와 모임은 한 번도 빠져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헌금은 목숨처럼 생각하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목사님들은 "세속적인 삶" 이라는 표현을 "교회생활에 집중하지 못하는 삶"을 표현하는 말로 많이 쓰시더라구요... 세상책 보지 말고 성경 봐라... 세상 노래 하지 말고 찬송해라...
교회의 담을 넘어 일상의 영성으로 가려니 힘든 과정을 겪고 있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