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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당농가에 가서 글을 쓰거나 텃밭을 가꾸거나 숲을 손질할 경우에 점심은 가장 간단하게 해결하오. 집에서 점심을 싸갈 때고 있고, 라면을 먹기도 하지만 가장 간편한 건 역시 김밥이오. 나는 주로 하양의 ‘김밥천국’에서 1천3백 원짜리 김밥 두 줄을 사오. 금년 초까지만 해도 1천원이었는데, 30%나 올랐소. 김밥천국은 김밥만 파는 게 아니라 온갖 종류의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오. 국수, 만두 종류는 물론이고, 여러 덮밥도 파오. 평소에도 거기서 만둣국을 사먹을 때가 종종 있소. 24시간 문을 여는 집이오.
김밥 두 줄만 주세요, 하면 주인아주머니는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오. 이미 말아놓은 김밥 무더기에서 두 줄을 떼어내 도마 위에 가지런히 놓은 다음 참기름이 발린 솔을 그 뒤에 슥 바르고, 잘 드는 큰 칼로 툭툭 썰어내오. 썰어놓은 김밥을 은박지로 싸서 검은 비닐 봉에 넣은 뒤, 나무젓가락과 두 조각이 든 단무지 봉지를 넣소. 나는 단무지가 필요 없어서 빼라고 했소. 준비를 하는데 아마 1분이면 충분할 거요.
김밥은 먹기에 얼마나 편한지 모르오. 경치를 감상하면서, 잡지를 읽으면서, 그리고 또 음악을 들으면서도 점심을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소. 꼭꼭 씹어 먹으니 소화도 잘 되오. 값이 오른 뒤에 김밥 맛이 더 좋아진 것 같소. 아래 사진을 보면 그 내용물이 얼마나 충실한지 알 거요.
한국에 가면 가장 피부에 와닿는 것이
바로 먹거리가 언제 어디서나 풍성하다는 것입니다.
인도에서 저렇게 내용이 충실한 김밤...
먹어 본적이 없습니다.
내용물을 보니 전부 공수해야 할 것들 뿐이군요.
원당일기를 읽으니 폐허에서 생명을 일구어 내는
가람 이병기님의 시조가 생각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 데나 정들면 못 살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
방과 곳간들이 모두 잿더미 되고,
장독대마다 질그릇 조각만 남았으나,
게다가 움이라도 묻고 다시 살아 봅시다.
삼베 무명 옷 입고 손마다 괭이 잡고,
묵은 그 발을 파고 파고 일구고,
그 흙을 새로 걸구어 심고 걷고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