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단골 미장원에 갔었소. 지난 1월에 난생 처음으로 파마를 했다가 그 뒤로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못했소. 급기야 오늘 시간을 냈소. 옆에서 많은 사람들이 파마가 나에게 잘 어울린다고 부추기는 바람에 다시 또 간 거요. 그 이전에는 미장원에서 머리만 깎았소. 작년까지 5천원이었는데, 올해부터 6천원으로 올랐소. 파마는 2만 5천원이오. 청구아파트 내 서재에서 바로 건너가 보이는 미장원이오.

   파마를 다 말아놓은 뒤에 대충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오. 미용사 아줌마는 내 머리에 씌어놓았던 비닐과 수건을 풀면서 “어떻게 됐나 보겠습니다.” 하고 말을 했소. 그분의 태도와 동작을 보고 멘트를 들으면서 마치 개안수술을 집도한 의사, 또는 위암 수술을 집도한 외과 의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소. 미용사나 의사 모두 자기의 전문적인 기술을 통해서 고객이나 환자 몸의 어떤 부분을 고치는 이들이오. 물론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미용사 일과 사람의 생명 자체를 다루는 외과 의사의 일을 똑같은 비중으로 평가할 수는 없소. 그렇지만 양쪽 모두 기술자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하나도 없소.

     그런데도 미용사와 외과의사에 대한 사회의 평가는 크게 다르오. 그들이 받는 돈도 하늘과 땅 차이오. 미용사는 내 머리를 정성스레 다루었소. 머리카락 한올한올을 작은 갈비뼈 같이 생긴 플라스틱 막대기에 감아 마는데 대략 15분, 머리에 파마 약을 바르고 기다리는데 30분, 파마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약을 바르고 기다리는데 15분, 머리 감기는데 5분, 말리고 커트하고 다듬는데 15분 정도 걸렸소. 합계 80분이오. 손님에게 립서비스도 많이 하오. 의사들 중에서 이런 미용사처럼 친절한 분을 나는 아직 만나본 적이 없소. 자기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듯했소. 이렇게 수고한 보답이 재료비 포함 2만5천원이오.

     동일한 경력의 미용사와 외과의사의 연봉이 1:2 정도만 되어도 이 세상은 달라질 거요. 그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오. 미안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의사 분들께 크게 손해나는 일도 아니오. 목사도 미용사 정도의 수고비만 받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오. 미용사 수입도 천차만별이니 이런 문제를 일괄적으로 처리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그냥 방향만이라도 그렇게 잡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오.


봉천동

2011.06.14 10:17:00

너무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실례의 말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몫을 도둑질한다는 생각이 들어 결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정당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는 그런 직업을 구하라고 가르칠 것입니다.

 

 

그런데 목사님 동네 파마값은 조금 싼 것 같습니다. 원장님이 좀 더 올려도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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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011.06.14 11:00:01

기원전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발사와 의사의 이야기의 한토막 같습니다.  원래 이발사가 의사를 겸하였었지요

이발소나 미장원에서 돌아가는 원통의 색은 흰색이 붕대 청색이 정맥 홍색이 동맥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1900년대초에 이발사와 외과의사가 갈라졌다고 합니다.

컷트값도 싼것 같아요..  저는 남성미용전용점인 블루클럽에서 자르는데 이곳도 얼마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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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

2011.06.15 15:34:04

이 글을 읽으며 막 웃음이 났어요.

 목사님께서 말씀하시려는 주제를 떠나 미용실에 파마모자를 쓰고 앉아 계실

목사님을 상상하니 왜 이케 재밌는거예요?

파마가 잘 나왔는지도 궁금하니 완성된 머리사진도 한 컷 올려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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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2011.06.17 14:26:21

요즘 의대에 지나치게 머리 좋은 친구들이 몰리는 현상도 해소되겠네요... 개인적 바램은 의사 소득은 쪼금만 줄이고 미용사 소득이 많이 올렸으면~ 합니다. 저도 태어나서 처음 올 1월에 펌 해 보았는데... 지금은 다 풀렸네요.. 어울린다는 분이 별로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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