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영화 [일루셔니스트]

Views 1641 Votes 0 2011.07.07 13:17:52
관련링크 :  

[일루셔니스트]
-
자크 타티 각본, 실뱅 쇼메 감독, 영국 · 프랑스, 80, 애니메이션 -
 





이토록 가슴 아리고
, 이토록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라니요!
한 장 한 장 손으로 감칠맛 나게 그리고 색칠한 2D 버전이라
가슴 밑바닥까지 촉촉하게 건드리며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
영국의 작은 도시와 시골마을, 섬마을, 바다와 산과 언덕의 소박한 자연과 웅장한 자연,
춤추며 노래하는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휘황한 불빛 아래 욕망을 투사하며 사는 도시사람들까지,
수채화풍으로 가깝게 혹은 멀게 줌인, 줌아웃으로
빗소리
, 노랫소리, 비에 젖은 촉촉한 불빛과 바람을 타고 와라락 넘어가던 책장의 그림자까지
정말 너무나 아름답게 촘촘히 그려내고 있네요
.
서양의 수채화에 동양의 수묵화를 함께 얹어 그려낸 것 같았던 아련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반짝이던 화면들...
별다른 대화도, 변변한 설명도 없이 온전히 그림만으로
감정과 내용을 생생히 전달받은 놀라운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

이제는 한물 간 늙고 피로한 마술사의 삶에 예기치 않게 찾아들어온 시골 소녀, 앨리스.
영국의 섬마을 작은 선술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그녀는 마술사의 마술에 홀려 선술집을 도망쳐 그를 따라 나섭니다.
그래서 작은 도시마을 허름한 호텔방에서 마술사와 그녀는 뜻하지 않게 가족 같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지요.
마술사는 자신의 마술을 넋 놓고 바라보며 한없이 찬탄하는 소녀의 해맑고 천진한 눈동자 속에서
쇠락한 삶의 피로를 씻습니다
.
이제 마술사의 삶의 이유는 그녀가 되어 늙은 몸을 이끌고 산타클로스처럼 그녀를 위한

구두와 코트와 장신구 들을 마술을 부려서 가져온 듯 그녀에게 선물합니다.
그녀 역시 요리를 하고 집안일을 거들며 마술사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죠. 
함께 사는 다른 마술사들에게도 따뜻한 보살핌을 베풀어주고요. 
 


그러나 현실과 마법의 경계를 알 길 없는 소녀는
마술사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어떻게, 고생하고 수고해서 가져오는지는 모른 채
갈수록 더 좋은 것
, 최신의 것들을 마술을 부려 가져와주길 기대하게 되죠.
어느덧 소녀는 점점 숙녀로 자라고 있고 마술사는 갈수록 그런 그녀가 힘에 부쳐 감을 느낍니다.
도시의 뒷골목에 자리 잡은 싸구려 호텔방 작은 거실의 낡은 소파에 누워
두 팔을 척 늘어뜨리고 곯아떨어져 자던 마술사의 늙은 얼굴
.
하루 종일 일거리를 찾아 헤맨 그 피곤한 얼굴 위로
휘황하게 번쩍거리며 쏟아지던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이 참 애잔하게 느껴지더군요
.

숙녀로 성장한 앨리스에게 언젠가부터 낯선 청년이 살금 찾아들어오더니
점점 그녀의 마음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
원하는 물건들을 마법처럼 당연히 가져다주지 못하는 만큼,
그녀의 마음속으로 젊은 청년이 가까이 다가오는 만큼,
마술사와 그녀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네요.



결국 늙은 마술사는 그동안 열심히 번 돈과 꽃
, 카드 한 장을 그녀 앞으로 남기고
쓸쓸히 호텔방을 떠납니다
.
마법사는 없었어.” 카드에 적힌 한 마디의 글귀.
텅 빈 방에 홀로 남겨진 그녀는 창밖으로  빗속의 어두운 도시를 내려다보며 망연자실합니다.
이제 그녀는 마법과 마술사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세계 속으로 발짝을 떼어야 합니다.

처음 섬마을을 떠났던 그때처럼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낡은 호텔 문을 나서는 그녀의 머리 위로
굵은 빗방울이 점점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
홀로 된 그녀의 시간이 시작부터 만만치 않음을 예고해 주네요.
모퉁이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청년과 함께 우산도 없이 비 오는 거리 위로 길을 나섭니다.
그녀는 마술사가 그녀에게 선물해 준 하얀 코트를 벗어 남자와 함께 머리에 뒤집어쓰고 빗길을 뜁니다.
그리고 우산을 쓴 사람들 속으로 점점 사라져 갑니다.
남자와 함께 코트 속으로 비를 피하며 빗속을 뛰던 그 장면이 깊은 울림을 주더군요.
마술사는 떠났지만 마술사가 선물한 코트가 그를 대신해 세찬 빗줄기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녀뿐 아니라 그녀의 사랑하는 사람까지 함께 말이죠.
이제 그녀는 청년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죠.
마술사에게서 받았던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인 마법 같은 사랑의 힘으로 자신 역시
조건 없는 마법 같은 사랑을 줄 수 있겠죠
. 사랑은 받아본 자만이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마술사는 어디로 떠난 걸까요? 가족이나 목적지가 어딘가에 있기는 한 걸까요?
빈 몸이 된 마술사를 태운 기차는 광활한 자연을 가로질러 어둠속으로 점점 사라져 갑니다.
사라지는 기차를 따라 그동안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도시의 상점과 극장들도
하나씩 불빛을 끄며 어둠속으로 사라집니다
.
사라져가는 기차를 향해 그를 위한 마법 같은 돌봄이 어딘가에 한 조각쯤은 남아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게 되더군요. 

그 때문인지 암전된 어둠 속으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도록
내 마음속에는 아린 비가 내내 내리고 있었습니다
.



그러고 보니 나와 우리 모두는 하나님으로부터 마술 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자들이더군요
.
앨리스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을 값없이 받으며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 때로는 더 달라고 투정하고, 더 자주는 잊기도 하며
바쁘게 자신만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
, 혹시 앨리스와 나만 그런가요?
마술사처럼 그분도 어느 날인가부터 우리로부터 더 이상 경외와 찬탄에서 멀어져
외면당하고 소외당하며 외로우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마술사의 쓸쓸하고 외로웠던 마음처럼 그분의 마음도 쓸쓸하고 외로우셨겠지요.
혼신을 다한 선물을 앨리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주고 먼 길을 떠난 마술사처럼
그분 역시 자신의 외아들의 죽음이라는 혼신을 다한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죠
.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이 되는 선물 말이에요.
그 사랑의 증거로 인해 우리 역시 타인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되지 않았나요?
사랑을 받아본 자만이 받아본 대로 사랑할 수 있는 거라면
폭력과 굶주림과 고통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에도 희망이 있네요
.
그분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끼고 감동받은 그만큼
이웃을 향한 우리의 연민과 사랑 역시
그만큼의 양과 질로 이 세상에서 결실을 맺으며 이어져 갈 테니까요
.
우리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을 거저 얻을 수 있는 판타지 같은 마법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런 우리의 연민과 사랑
, 수고가 결국 이 세상에
마법 같은 하나님의 평화와 사랑을 전해주는 통로가 되는 거겠죠
.

 

2010년에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국제영화제에서 큼직한 상들을 받으며 이미 그 실력을 높이 평가 받았습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아이들용이라고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이 영화는 온 가족 함께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른이 보면 더 좋을 내용과 의미를 담고 있어요.
아이들용이 아닌 애니메이션은 인기가 없는 우리나라 특성상 올 6월 중순에 개봉은 했지만

상영하는 영화관이 적어 아시는 분들이 많지 않네요.
요즘도 상영하고 있기는 한데, 주변에서 상영 영화관을 찾기는 어려우실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이 애니메이션을 꼭 보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아래에 댓글이나 아니면 쪽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
이번 주 토요일 밤 12시까지 남겨주신 분들께는 좋은 소식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바람인가

2011.07.08 04:17:56
*.152.164.146

애니메이션도 감동이 넘칠수 있네요?

평가를 너무 잘해주셔서 보고 싶은

유혹을 주네요  감사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diarand@gmail.com

profile

프시케

2011.07.08 09:48:41
*.151.204.28

감사합니다! 제 이메일 주소는 alzzzzza@naver.com 입니다

소문자 z가 5개입니다. ^^

한청일

2011.07.08 10:36:31
*.56.20.24

부탁합니다. sanoolee@yahoo.co.kr

리옹~

2011.07.08 11:42:03
*.195.14.63

평을 읽으니 가족 모두가 보고 이야기를 나눌 좋은 소재라고 생가이 드네요.

감사 드리고 살포시 줄 섭니다.

hdphoho@hanmail.net

haste

2011.07.08 14:10:05
*.164.239.239

부탁드려요~ kjh82jb@hanmail.net

sinsa

2011.07.08 20:59:04
*.159.193.31

감사합니다...

4www@hanmail.net

 

ysj

2011.07.09 02:20:26
*.105.167.70

감사합니다.

jooyoungsoo@gmail.com

profile

햇살가득

2011.07.09 08:00:12
*.228.128.25

저도 보고 싶어 지네요.

ysok0743@hotmail.com

정병선

2011.07.09 12:18:14
*.222.29.93

다행히 시간을 놓치지 않았군요.

부탁합니다.

hangil721@hanmail.net

profile

웃음

2011.07.10 00:05:04
*.144.233.29

만약 늦었더라도 부탁드립니다. qara66@naver.com

profile

하늘바람

2011.07.10 18:04:19
*.129.222.198

댓글과 쪽지 주신 분들께

선물 보내드렸습니다. ^^

profile

햇살가득

2011.07.12 08:29:29
*.228.128.25

이 아침 퍼붓는 빗소리에도 어제 밤 감동이 씻기기는 커녕

더욱 생생히 비가 되어 가슴에 쏟아집니다.

게다가 하나님의 사랑을 말씀하신 하늘바람님의 탁월하고 예리하신 그 감동의 메시지가

출근길 저를 잡아 이리로 이끄네요.

고맙습니다.

하나님, 세상, 부모님, 가족, 이웃, 그리고 샘터식구들과 다비안들 ,

 하늘바람님......

fishbone

2011.07.11 11:32:22
*.190.3.146

너무 늦었네요. 그래도 쪽지 보냅니다.

삐쭉이

2011.07.13 09:57:44
*.182.131.202

설명만으로도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수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5258 저의 첫 번째 책의 PDF 파일을 선물합니다. file [6] 봄볕 Jul 11, 2011 1961
5257 서울샘터교회 예배장소 이전 [3] mm Jul 11, 2011 6875
5256 지금 당장이라도 가게일 때려치고 금속노동자로 살고... 바우로 Jul 11, 2011 1132
5255 한국교회에 흔한 [대한예수교장로회] 명칭 대부분 삼송 Jul 08, 2011 2830
5254 '동성 커플의 사랑과 삶'(한겨레) file [4] 도도아빠 Jul 08, 2011 2088
5253 긍정이란 무엇인가? 부정이란 무엇인가? [3] 웃음 Jul 08, 2011 3016
5252 양쪽손목 골절 4주째..... [7] 닥터케이 Jul 08, 2011 2704
» 영화 [일루셔니스트] [14] 하늘바람 Jul 07, 2011 1641
5250 "긍정의 배신" 이란 책이 있군요 [1] 육바금지 Jul 07, 2011 1534
5249 둘레길(덕산에서 위태구간을 걷고) [3] 성요한 Jul 07, 2011 2214
5248 저희 가족 세례명~~ [7] 달팽이 Jul 06, 2011 3912
5247 <다윈 이후의 하느님: 진화의 신학> 출고 file 흰구름 Jul 06, 2011 1843
5246 제21회 희년학교(장소:예수원)에 초대합니다. 로슈 Jul 06, 2011 970
5245 (중고) 휴대폰 필요한 분 계세요? file [1] 이신일 Jul 05, 2011 1770
5244 진보란 무엇인가? 떡진머리 Jul 05, 2011 1314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