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19)

Views 2547 Votes 0 2011.07.07 22: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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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귀한 손님을 만났소. 잠자리오. 무슨 잠자리인지 이름은 모르겠소. 그냥 수수하게 생긴 녀석이오. 장마중이니 저 녀석들이 심심했을 거요. 잠시 비가 그친 사이 옆집 흙담에 기대 자라고 작은 대나무에 앉아 있소. 한번 찍고 좀더 접근해서 찍으려고 했더니 휙 날아가 버렸소. 그 저녁의 투명한 날개를 잘 찍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소. 아래는 잠자리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오른 쪽으로 4미터쯤 떨어진 곳에 난 산딸기요. 아직 맛은 못 봤소. 잠자리와 산딸기는 사진기를 들고 설쳐대는 나를 무엇으로 인식했겠소? 여기에 인식이라는 말을 꼭 붙일 필요는 없소. 인식이 있어야만 관계가 맺어지는 건 아니오. 각각 다른 형태로 그 순간에 각자가 거기에 있었소. 그것 자체가 이미 어떤 관계가 이루어졌다는 게 아니겠소? 잠자리, 산딸기, 그리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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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7.08 11:22:56

목사님! 산딸기 사진을 진작 좀 올려주시지요...ㅠㅠㅠ

텃밭 두렁에 가시도 있는 것이 귀찮게 올라오기에

얼마전 낫질을 심하게 했는데,

사진을 보니 산딸기였군요...

서울서만 살던 나를 반기러 나온 녀석일텐데...

그만 고구마, 방울토마토 욕심으로 인해...

에~고... 내년에는 텃밭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겠습니다.

 

몇년전에만 하더라도 내가 이 순간 이 장소에서

이름모를 수 많은 생명들과 마주하리라 누가 알았겠습니까?

또한 "관계" 라는 표현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암튼 원당에서 평안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일간 한번 뵐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질그릇

2011.07.08 11:25:01

자연의 정취를 흠뻑 즐기시는 목사님이 부럽습니다.

두꺼비와 산딸기는 서울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귀한 생명들이군요.

잠자리와 호박은 종종 볼 수 있어요. ㅎㅎ

정성들여 가꾸신 정원이 장마로 피해 보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척박한 땅이 기름진 땅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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