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관련링크 : http://www.hani.co.kr/popups/print.hani?ksn=486335 

 

<5일 저녁, 동성 커플 신정한씨(왼쪽)와 박재완씨가 퇴근 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거리를 함께 걸어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ryuwj@hani.co.kr>

(이 사진을 다비아에 올릴까 잠시 망설였습니다. 이유는 짐작하실 것 같고. 신문과 인터넷에 이미 올라왔고, 그들도 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걸 사진이 보여주고 있어, 올립니다)

 

동성애. 같은 성(性, sex)끼리의 사랑. 당연히 육체적 사랑도 포함됩니다. 평소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입니다. 이론적이랄까, 머리로야 어떤 이유로건 사람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선하게 지으신 같은 피조물이라는 것을 압니다. 실제로는 어떨지, 조심스럽네요.

 

2년 전,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뉴욕에 며칠 머물렀을 때, 분홍색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를 본 적이 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이곳에서 저렇게 입은 사람은 게이라고.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습니다.

 

주변에 안면 있는 레즈비언이나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LGBT)가 없습니다. 아마 그래서 제 가슴이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오늘자 한겨레에, 게이 커플 얘기가 나왔습니다. 기사도 흥미로웠지만, 사진을 보고, 솔직히 말해 '움찔' 했습니다. 멀쩡하게(!) 생긴 두 남자가 있고, 그 가운데 한 명은 팔짱을 끼고 있습니다.

 

제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이 사진을, 이 기사를, 도영이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애는 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커플을, 평범한(?) 남녀 커플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여 아이에게 얘기해줄 수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부모를 생각하니, 좀 아찔한 느낌도 듭니다. 만약 나의 성적 정체성이 알고보니 게이였다면, 내 엄마와 아버지께 말씀드릴 수 있을까? 부모님이 잘 받아들이실까?

 

쉽지 않은 문젭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그들과 나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리라는 걸 명심하렵니다.

 

한겨레의 기사를 올립니다.

 

[낮은 목소리] 동성커플의 사랑과 삶 (한겨레, 7월 8일, 금)
“보통 사람의 보통 사랑입니다, 예의 갖춰주실 거죠?”

 

동거 4년차 정한·재완씨

커밍아웃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하는 일
남자·여자 억지로 나누지 말고 ‘사람’을 봐주길
동성결혼 합법화된 나라에도 인권문제는 존재
우리의 꿈은 한쪽이 한쪽을 억압하지 않는 사회

 

“신이 있다면 우리 죽는 날까지 영원케 하소서.”

지난해 방영된 에스비에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마지막회에서 게이 커플 태섭과 경수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미래를 약속했다. 드라마는 여기서 끝났다. 이후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동화의 결말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일까?

‘낮은 목소리’는 성이 같다는 것 말고는 수많은 커플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동성 커플의 진짜 ‘러브스토리’를 전한다.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추세다. 얼마 전 미국 뉴욕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네덜란드 등 9개 나라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20여개국에서는 이미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나라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보고, 최근 개봉한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을 만든 감독의 제작기도 함께 싣는다.


전문직 직장인 박재완(39)씨는 이소라의 <제발>이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그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는 낭만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운명이란 게 있는 걸까. 5년 전 망설임을 누르고 게이단체 모임에 처음 나갔을 때, 그곳에서 만난 네 살 위의 신정한(43) 형이 회식 뒤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멋지게 부르는 게 아니던가! 그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형도 그리 싫지 않은 듯했다. 곧 둘의 연애가 시작됐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아침에 정한씨가 골라준 검은색 와이셔츠와 회색 넥타이로 멋을 낸 재완씨는 시종일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산뜻한 하늘색 셔츠를 입은 정한씨는 반대로 무표정이었다. 이야기를 많이 하는 재완씨는 수시로 정한씨를 쳐다보고 손을 잡았다. 낯선 기자가 봐도 점잖은 정한씨와 발랄한 재완씨의 얼굴에서 행복함이 묻어났다.

 

정한씨는 재완씨에게 ‘재경’이라고 부른다. ‘재경’은 재완씨가 경쾌하고 중성적인 느낌을 나타내고 싶어 만든 예명이다. 재완씨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정한씨를 ‘형, 언니, 마님, 이자식’ 등 다양하게 부른다. 애교와 스킨십은 재완씨의 담당이다. 정한씨는 상대적으로 과묵한 편이다.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재완씨는 직장 일이 끝나면 이곳으로 와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위한 각종 업무를 본다. 정한씨도 함께한다. 이들뿐 아니라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유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그래도 가끔 둘만의 시간을 내고 싶을 땐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최근에는 정한씨가 일을 그만두고 카페를 낼 준비를 하고 있어, 함께 가게를 알아보러 돌아다니면서 둘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길치인데다가 ‘집-회사-단체’밖에 모르는 재완씨가 그래도 삼청동 카페거리라도 가볼 수 있는 건 정한씨 덕분이다.

 

길을 걸을 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다. 사람들 시선을 굳이 의식하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손잡고 다니는 남자들이 크게 부각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어요. 오히려 어두운 거리를 지날 때 술에 취한 사람들이 술주정하듯 욕을 하지만 괘념치 않아요.”(재완)

 

두 사람이 편하게 지내는 건 남들 시선 신경 안 쓰는 재완씨의 성격 덕분이기도 하다. 정한씨는 이를 두고 농담 삼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타협을 잘 모르는 성격이에요. 좀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주로 제가 참고 넘어가죠.”(정한)

 

재완씨는 정한씨를 만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혼자였을 때는 늘 이성애자와 ‘경쟁’하는 마인드였다. “게이라고 얕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일을 철두철미하게 하고 남들에게도 그런 수준을 요구해 직장 동료나 후배들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완씨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친구들과 자신이 달랐던 것 같다고 한다. 성교육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 친구들은 동네 형이나 성인 잡지 등을 통해서 스스로 성을 깨달아갔지만, 재완씨는 그들과 감정이 달랐기에 그런 식의 배움을 선호하지는 않았다. 고민은 속으로만 안고 있었다.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싸우느라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어른이 된 뒤 이곳에 나와 정한씨를 비롯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그때 자신이 왜 그런 마음을 가졌는지 알게 됐고,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면서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 커밍아웃을 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은 곧 자신의 확장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삶과 사람을 보는 관점을 확대한다.

 

재완씨가 파도라면 정한씨는 파도를 품은 바다 같다. 정한씨는 낙관적이다. 고2 때 같은 반 친구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느낀 걸 계기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확신했다. “저를 애써 부정하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다른 동성애자들이 정체성 문제로 고민 많이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안타까워요.”

 

양쪽 가족들은 이들의 존재를 안다. 그들의 형제·남매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재완씨의 둘째 동생은 게이단체 후원회원이다. 정한씨 형은 재완씨를 집에 초대하기도 한다. 반면 부모님들은 아직 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 정한씨의 노모는 아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아직 모른다. 재완씨의 부모님은 아들의 정체성을 ‘숨겨야 했던 것’에서 이제는 ‘비밀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성애자들이 흔히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동성애자들은 사귈 때 성별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는가다. 이에 대해 재완씨는 ‘심각한 편견’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사랑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듯, 그들은 자신과 타인을 보는 관점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지 말고 ‘사람’ 그 자체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생명이나 우주 같은 더 큰 존재가 보일 거예요. 남성과 여성이라는 경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건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진실을 외면하는 거예요. 성소수자의 존재가 이성애자들에게 주는 교훈도 이것이라고 생각해요.”(재완)

 

5년차 게이 커플은 법적으로 허락된다면 결혼을 꿈꾸고 있다. 사회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결혼생활을 하는 동성 커플들이 주위에 있다. 한 10년차 게이 커플은 올해 말 결혼식 대신 지인들을 초청해 피로연을 열 계획이다. 50대 후반의 레즈비언 커플이 비록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진 않았지만 양쪽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챙기면서 같이 사는 경우도 알고 있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나라에도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존재해요. 제도가 바뀐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죠. 중요한 건 사람들의 인식 변화예요.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큰데, 이건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잖아요. 동성 커플의 결혼식에 하객들이 가득 모이고 동성 커플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자꾸 알려지면 좋겠어요.”(재완)

 

재완씨와 정한씨가 행복한 사랑을 나누고 있지만 아직은 행동 반경이 넓고 완전히 자유로워 보이진 않는다.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들은 단체로 모이며 인권운동을 직간접으로 한다. 아직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섞일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필요없어지는 세상은 이들에게 그저 꿈일까?

 

재완씨는 항상 고민한다. 세상에 항상 약자와 강자가 있고, 이런 질서가 유지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재완씨나 정한씨와 같은 소수자가 문제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현재까지 재완씨가 내린 결론은 ‘한쪽이 한쪽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것이 성별이든, 계급이든, 자본이든. “물론 우리가 이 거대한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일단은 우리 성소수자 인권을 향상시키는 일부터 해야겠죠?”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겨우살이

2011.07.08 14:19:53
*.126.48.131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생명이나 우주 같은 더 큰 존재가 보일 거예요. . .." 가슴에 와닿는 말이네요.  

동성애자도 사람이고 노동자도 사람이고 노숙자도 사람이고 매춘부도 사람이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는 사회... 정말 그런 날이 어서오기를 소망해봅니다.

 

profile

떡진머리

2011.07.08 23:35:41
*.237.98.114

다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아니죠.

성적 소수자.

그렇다고 특별한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 문제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동물적 생명체의 재생산이 자웅의 관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소수적 사랑이 존재하며 이들의 애정이 수 많은 다양한 로맨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권장사항은 아닌 듯 느껴집니다.

휴~ 여기서는 어쩐지 제가 보수적이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루이스

2012.07.08 22:04:50
*.202.15.43

소수자 인권의 문제는 비단 현대사회의 이슈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각지대나 음지는 존재해왔었죠

그리고 소수의 약자들은 보호해야 마땅한 것이 사회정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일 선천적으로 동성애자의 운명을 타고 났다면  그리하여 편견의 안경에 자유롭지 못하다면  이 사실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겠는가

1. 소수자가 다수자의 그룹을 앞질러 주류가 되는 것과(그렇게 되면 이성애자가 인권운동을 해야하겠지요)

2. 창조주를 설득시켜서 그의 공의의 법을 바꾸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그 분은 소수나 약자라고 얼굴을 봐주시지 않으니까요

3. 그는 자비로우시니 편견의 사람에게 인정을 구하기보다 그 분을 의지하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작은이

2012.08.01 04:37:41
*.8.210.29

1. 동성애가 주류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일단 비율이 적고,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2. 창조주는 성경에 따르면 세상의 가장 작고, 힘없는, 그래서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더 잘 듣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동성애자들을 나누고 편협하게 바라보고, 광우병보다 동성애가 무섭다고 말한다면, 그분은 동성애자 무리 가운데에 재림하셔서 우리 손으로 못박히실 겁니다.

3. 동성애자들 같은 소수자들은 이미 예수님이 그들 편을 들고 계십니다. 기득권 종교인들이 그걸 인정하지 못할 뿐이죠. 원래부터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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