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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목사님께!
구약성경 룻기를 읽다가 언뜻 그런 의문이 들어서 질문을 올립니다.
이방인들에 대한 배타의식이 강한 유대인들이
룻기를 왜 구약성서에 포함시켰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구약성경이 주후 90년(?) 얌니아 회의때 결정되었다면
그때도 여전히 이방인들에 대한 배타의식이 강고했을텐데 말입니다.
룻기서의 내용은 유대인들의 신앙에 반하는 내용
(엘리멜렉의 가정이 모압으로 이주하는 것이나 그곳에서 이방인 며느리를 맞이하는 것이나)
으로 가득차 있는데 어떻게 그걸 받아들였는지 궁금합니다.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룻기서를 통해서 다른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 것일까요?
나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선생님 룻기서에 대해서 저에게 질문하신 것은 아니지만 아래글은 다른 목사님께 질문해서 답을 받은 글입니다.
참고해 보십시요 선생님
요즈음 저희 교회도 룻기서에 대해서 담임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시는데요 저도 관심이 있어서 알아 보았습니다
아래글은 저희 교회 담임목사님의 글은 아닙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도 공부합니다. 감사합니다.
룻기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기 전에 먼저 조금 보충해서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그것은 유대인에 대한 이해에 관련된 것인데요. 유대인들이 이방인에 대해 배타적인 관점을 지닌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들이 그러한 혈통적 유대주의를 고수하게 된 것은 사실 꽤 후대의 일입니다. 구약의 역사적 관점에서 유대의 혈통주의가 부각된 것은 최소한 에스라 이후의 일입니다. 포로기 이후 에스라가 순혈주의를 강조하면서 혈통적 유대주의와 배타적 선민주의가 이후 중간사 시대를 거치면서 확고하게 유대인들의 사상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초기 유대교의 기반이 되었지요.
반면에 왕정시대와 그 이전의 사사시대, 그리고 그 이전의 출애굽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배타적 유대주의는 그렇게 강조되지 않습니다. 물론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분을 하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방인을 배척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가나안 일곱족속에 대한 반대와 배척은 정치적,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해될 문제이지 이방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사사시대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룻기에서 이방인들에 대한 호의적 시각이 있다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습니다. 또한 룻이 비록 이방인인 모압사람이긴 하나 엄밀히 말하면 모압은 이스라엘과 같은 히브리 족속에 포함됩니다. 물론 신명기에서 모압과 암몬에 대한 총회거절에 대한 규약이 있긴 합니다만 룻의 경우는 좀 예외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룻은 시어머니인 나오미에게 개종에 대한 맹세를 했기 때문입니다(룻 1:16-17). 따라서 룻은 비록 혈통적으로는 이방인이지만 나오미를 따라 끝까지 야웨신앙을 갖기로 맹세한 일종의 귀화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룻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굳이 배척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법이지요. 룻의 혈통적 문제는 그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룻기가 경전이 되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았는데 이는 룻기가 속해있는 오축(다섯개의 축제 두루마리)이 성문서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룻기는 아시다시피 유대인의 축제일 중 오순절에 낭독되는 문서입니다. 오순절(맥추절)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그들이 노예의 신분이었던 애굽을 탈출하여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언약백성으로 새롭게 태어나던 것을 기념하던 축일이 바로 오순절(맥추절/칠칠절)입니다. 그런데 이 때 시내산에서 탄생한 이스라엘민족은 혈통적으로 절대 순수한 민족이 아닙니다. 물론 중심은 야곱의 가족들로부터 나온 열두지파입니다만 그 외에도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을 할 때 많은 이민족이 함께 나왔음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초창기에는 절대 혈통적 순혈주의를 강조하지 않고 야웨신앙을 가진 이는 모두 이스라엘 민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도 여호수아서를 보면 꽤 많은 이민족들이 이스라엘로 편입되었고 그들은 그대로 사사시대를 거치면서 이스라엘인으로 재편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왕정시대 역사서들을 보면 수많은 이민족들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룻기가 오순절 축제의 낭독서로 읽힌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방 여인이었던 룻도 야웨신앙을 가졌을 때 이스라엘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스라엘 공동체는 혈연적 관계에 정체성을 두지 않고 야웨 신앙을 가진 이들의 연합체임을 오순절 축제를 통해 재확인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물론 좀 더 들어가면 성문서의 최종 완성시기인 주전 2-3세기경의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유대 민족주의와 디아스포라된 이방인 유대 공동체와의 공생관계의 문제도 염두에 두어야 겠지만 이는 성경본문과는 상관없는 학술적 문제이므로 굳이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분만 해도 룻기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