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21)

Views 1948 Votes 0 2011.07.22 23:31:22

     20110722 001.jpg

     오늘 이야기는 호미요. 저 사진에서 보듯이 참 예쁘게 생겼소. 무게도 적당하게 사용하기에 편하오. 아마 호미도 용도에 따라서 여러 종류가 있을 거요. 내가 사용하는 것은 저것이오. 잡초를 왼손으로 잡고 뽑는 방향으로 약간 힘을 주면서 그 밑바닥을 호미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몇 번 치면 잡초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끌려나오고 마오. 그때의 기분을 뭐라 말로 표현하기도 힘드오. 삼년 묵은 체증이 뚫리는 기분이오. 호미를 바쳐놓은 플라스틱 바구니는 잡초를 모아서 버리는 바구니요.

     호미질을 하면서 타제석기와 마제석기 시대를 거쳐 청동시대와 철기시대로 건너온 고대인들 생각이 났소. 호모 파베르(Homo Faber), 즉 도구를 만들 줄 아는 동물이 바로 인간 아니겠소. 저 호미까지 이르는 문명의 발전도 오랜 세월이 걸렸소. 인류 발전의 산 증인이 바로 호미라는 말이오. 그뿐이겠소? 저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한이 서렸을지 생각해보시오. 가난한 집으로 시집간 여자들은 한평생 호미를 손에 떼어놓지 못했소. 10대 후반쯤의 나이게 살림하고 밭일하고, 아기 낳고 사느라 허리가 필 날이 없었을 거요. 조금 거창하게 말해도 이해하시오. 저 호미는 바로 인류 역사의 산 증인이오. 나는 그것과 친구로 지내는 게 좋소. 다른 친구가 없어도 외롭지 않소.

     아래 사진은 잡초 뽑을 때 끼는 왼손 실장갑이오. 뒷면은 그대로 실이고, 앞면은 고무질이 되어 있소. 저렇게 왼쪽 장갑만 구멍이 날 정도로 닳았소. 장갑 주인이 얼마나 열심히 잡초를 뽑았는지 실감이 날 거요. 음.

20110722 003.jpg  

 

 


profile

모래알

2011.07.23 23:23:00

정 목사님! 호미 사진 보다가

6 년 전 런던에 친구 만나러 가서 찍었던 사진들을 오랫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세잌스피어 시대 쓰던 농기구들 전시해 둔 것을 찍은 사진이 있거든요.

 

그리고 옛날 친구랑 교회 대학부 다니던 그 시절로 생각이 마구마구 가네요.ㅎㅎ

더운 날 건강하셔요.  땡볕에 그을린 목사님과 사모님 얼굴을 상상해 봅니다. ^^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2406 사람 창조(2) Aug 02, 2011 1675
2405 사람 창조(1) Aug 01, 2011 2053
2404 여섯째 날 Jul 30, 2011 1601
2403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1] Jul 29, 2011 2765
2402 충만하라 Jul 28, 2011 1559
2401 넷째 날 Jul 27, 2011 1662
2400 원당일기(22) file [1] Jul 26, 2011 4161
2399 셋째 날(3) [1] Jul 25, 2011 1542
2398 셋째 날(2) Jul 23, 2011 1590
» 원당일기(21) file [1] Jul 22, 2011 1948
2396 셋째 날(1) Jul 21, 2011 1987
2395 물, 불, 흙, 공기 Jul 20, 2011 4096
2394 강남교회 [3] Jul 19, 2011 2509
2393 물과 궁창 Jul 18, 2011 2863
2392 낮과 밤 [1] Jul 16, 2011 3157
2391 빛과 어둠 [2] Jul 15, 2011 3357
2390 원당일기(20) file [6] Jul 14, 2011 2487
2389 빛이 좋았더라 Jul 13, 2011 1931
2388 빛이 있었고... [1] Jul 12, 2011 1871
2387 평창올림픽 유감 [4] Jul 12, 2011 2244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