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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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뉴스에 등장하는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은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이름입니다.
새벽에 천둥이치는 소리를 들었지만, 원래 그런거에 둔해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가 심하게 내리고,
동네사람들이 웅성이고, 전기도 안들어오고, 사람들이 모이는것을 보고서 집앞으로 나갔습니다.
헐... 헉...
마을이 원래 계획마을이라서 잘 정돈된 곳이었습니다. 근데 집과 집사이의 길로 마치 계곡물이 내려가듯이 물이 흐르는것이었습니다. 우리 마을은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산중턱에 있습니다. 서울 사당동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남태령에 있어서 남태령역도 있습니다. 이곳은 물난리가 날곳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남태령이 서울에 있는 고개중에서는 상당히 높은편이기 때문에 물이 머물러 있을만하지 않지요.
시뻘건 황톳물이 흘러갑니다. 주먹보다 큰 돌들도 굴러내려갑니다. 나뭇가지들이 떠내려갑니다. 심지어는 냉장고도 떠내려옵니다. 타이어도.... 온잦 쓰레기들과 나무들과 풀들이 쓸려내려오면서 주차된 차들의 바퀴밑에 걸려있습니다. 그 쓰레기들이 배수로를 막아서 물들이 빠지지 못하고 계속 흘러갑니다. 코너에 있는집들에게 그 물들이 들이 닥쳤습니다. 집안으로 물들이 들어가서 초토화시킵니다.
동네아주머니들은 뒷산인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났다고 합니다. 어떤 아저씨는 사람이 몇사람 죽고 또 고립되었다고 합니다. 우산을 쓰고서 일단 내 차를 찾아갔습니다. 평소에는 우리집앞에 차를 세웠지만, 지난밤에는 내가 차를 세우는 자리에 다른차가 있어서 할수 없이 집뒤에 내차를 세웠습니다. 그곳에 가니 더 난리입니다. 내 차때문에 자기집에 더 피해라고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의 말에 일단 차를 빼기로 했습니다. 차 밑에 온갖 쓰레기들이 걸려서 차가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다시 차에서 내려 농기구로 차 밑을 정리하고 차를 뺐습니다. 차를 옮겨놓고서 다시 마을을 돌아보았습니다. 이건 도시에서 가끔 물이찬 그런 상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걸어다니기도 힘들만큼의 물살입니다. 황톳물과 거친물쌀은 마을을 지나는 그런 물이 아닙니다.
동네윗쪽으로 올라가봅니다. 평소에 제가 우면산을 올라갈때 가던길인데, 우리 마을의 자랑인곳이 난리가 난것입니다. 우리마을은 우면산과 붙어 있어서, 평소에 운동을 가기가 아주 수월하답니다. 서울에서 강남 서초동에서 즉시 산에 올라 서울을 감상하고 약수터를 찾을수 있는 소중한 산이기에 우면산과 붙어 있다는 자체가 큰 자랑이었습니다. 그 올라가던곳에 있던 밭과 비닐하우스는 완전히 변해버렸고, 골짜기는 나무가 사라지고, 황토흙만 보일뿐입니다. 이게 와디인가요? 유대에는 와디가 있습니다. 와디는 건기때는 길로 사용하기도 하고, 우기때는 물이 흘러 강이되기도 하는곳을 말합니다. 이건 와디보다 더합니다. 작은 탱크로리는 트럭과 함께 뒹굴고 있었습니다.
다시 마을에서 더 낮은곳으로 갔더니 이곳은 더 난리입니다. 아까 산사태가 일어났던곳에서 흘러내려온 물들이 길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을 다 밀고 내려왔습니다. 차들이 뒤엉켜서 뒤집어져있습니다. 어느집은 부셔져 있습니다. 수십대의 차들이 서로 엉켜서 길을 다 막고 서있습니다.
다시 마을 이곳 저곳을 더 돌아봅니다. 차가 뒤집어지고 엉켜있는곳이 여러곳 있더군요... 주위의 사람들이 수근거립니다. 누가 누가 돌아가셨다더라... 하면서요... 어린아이도 포함된 모양입니다.
울면서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물을 막아보겠다고 애쓰지만 다들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정신이 나간듯한 사람도 있습니다. 집밖으로 물을 퍼내보지만, 집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보다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있던 차들이 둥둥 떠 있습니다. 전화도 되질 않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질 않습니다. 수도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어제는 출근을 포기했습니다. 짱구엄마에게서 안부문자가 왔습니다. 핸드폰은 전파가 잡히지 않지만, 가끔 잡히는 전파때문에 문자가 오긴 오더라고요... 마을앞에서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군인들이 수백명 나왔습니다. 다들 손에 삽과 이것 저것을 가지고 왔지만, 처참함에 놀랍니다. 오후가 한참 지나서야 중장비들이 동원됩니다.
뉴스에서는 그동안 자주 침수되는 주요지역만 이야기하면서 가끔 전원마을을 언급합니다.(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봤습니다) 전원마을은 상상도 못했을것 같고, 남부순환도로쪽으로 무너진 우면산을 더 집중적으로 보도합니다. 오후가 되어 이곳 저곳 방송국에서 몰려듭니다. 어느 기자는 다른 기자와 전화를 합니다. "사당동은 볼것 없어, 빨리 전원마을로 와" 평소 사당역에 물이 차면 교통이 극심한 혼란을 겪기에 그곳이 뉴스주요소재지였습니다. \
저녁이 되자 전기도 들어오고, 전화도 잘 됩니다.
하지만 아직 인터넷이 안되고, 물도 안나옵니다. 소방서에서 물을 나누어줍니다.
아침에는 소방서와 인근교회에서 물과 식사를 나누어줍니다. 수해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임시로 머무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니 경찰과 군등이 많이 들어오더군요...
저는 피해가 없습니다. 아침에 못씻고 나온 정도? 설거지를 못한 정도?
아내와 둘이서, 이래저래 걱정하고 있습니다. 웃음님 댁이 그쪽인 줄은 몰랐네요. 하여간 조심하십시오.
위로삼아 트위터에 올라온 글 한 토막 올립니다.
-오세이돈의 야심작 "수상도시 서울"이 가시화되었군요. 혹시라도 배수 잘 될까 배수 예산까지 10분의 1로 줄여가며 심혈을 기울인 야심작… 저는 수상도시 반대라 오세이돈을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주민 소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상누각, 빛 좋은 개살구라더니… 서울시 슬로건 '하이 서울'은 '워터 서울'로, '디자인 서울'은 '다이빙 서울', 상징 동물 '해치'는 '물개'로 바꿔라~
웃음님, 조심조심 지내세요.^^ -sg-
선생님 건강조심하십시요 .집에 물이차고 인명과 재산피해를 많이 입은 주민들께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요? 걱정이 앞섭니다. 오늘도 비가 퍼붓는데 걱정입니다. 피해가 없어야 할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