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는 인간과 함께 하는 하나님 역사의 ‘무대’ 이상의 것이다. 하나님 역사의 영광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 이 역사의 목적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래의 몇 가지 점을 확보하고자 한다.

1. 하나님의 창조로서의 세계에 대한 인식은 주 하나님의 역사적 계시를 통해서 열린다. 그것은 단순히 세계를 관찰함으로써 오지 않는다.

2. 세계를 하나님 창조로 인식함으로써 주 하나님의 계시는 우주적으로 된다.

3. 하나님 창조로 이해되는 우주는 하나님의 주권 역사에서 파악된다. 태초의 창조는 이 역사를 준비하며, 이 역사는 하나님 나라의 새 창조 안에서 완성된다.

4. 그러나 창조가 이러한 방법에 따라 역사적으로 인식될 때 창조는 어떤 상황 속에 있는가? 이것이 자연 신학의 중심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다음의 명제로서 대답한다. 창조에 대한 그리스도교적인 인식의 시간은 메시야 예수 시간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전제할 때 세계는 메시야적인 빛 속에서 노예화되어 있고, 미래를 향하여 개방된 창조로 드러난다.(76쪽)

 

     우리는 지금 몰트만의 창조론을 따라가고 있소. 그의 책 <창조 안에 계신 하느님>을 발췌 방식으로 읽기 때문에 전체를 파악하기가 좀 어렵소. 그래도 어쩔 수 없소. 그냥 현대 신학의 대가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 맛만 좀 보려는 것이오. 창조를 말한다고 해서 그냥 세계와 자연을 관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아니오. 그건 자연과학자들이 더 잘 하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나 예술가들의 몫이오. 신학자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소. 자연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 미묘함을 노래하자는 것이 아니오. 신학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이오. 창조를 말할 때도 역시 하나님이 빠지면 신학이라고 할 수 없소. 위에서 몰트만이 말하듯이 세계를 하나님의 창조로 본다는 말은 하나님의 계시가 우주론적인 차원으로 표현된다는 뜻이오. 세계는 더 나가서 메시야이신 예수 안에서 참된 의미를 찾게 되오. 메시야는 구원자라는 뜻이오. 자연은 아직 구원에 이르지 못했소. 예수의 구원론적 능력은 그를 믿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 이외의 모든 사람에게까지, 더 나가서 자연에까지 이르오. 메시야의 빛에서 세상은 미래를 향해서 열리오. 이런 말이 자칫하면 일방적인 교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소. 또는 일방적인 선포처럼 들릴지 모르겠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변증해야 할 책임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소. 몰트만의 이 책도 이런 변증작업이오. 이사야 같은 선지자와 시편 기자들도 하나님의 영광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고 노래했소. 그 영광은 하나님의 하나님 됨을 가리키오. 창조 권능이며, 메시야의 빛이오. 이 세상, 이 자연을 이 빛으로 바라보도록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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