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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신학과 신앙에 대해 질문하려 합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신학은 신에 대해 알고자 하는 학문이고
신앙은 신학을 토대로 고백하는 신앙행위다. 라고 정의 하는데
틀리지는 않는지요?
전에는 신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학이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데 제게 무슨 문제는 없는가요?
믿음이 우선이냐 아니면 믿는자 답게 사는 윤리가 우선이냐? 와 비슷한 관계
인 것 같기도 하지만 신학과 신앙의 관계가 모호합니다.
한국교회가 신앙에만 의존하기에 문제가 많아서 제가 신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사님 신학과 신앙관계가 어떤 관계로 연결돼야
건강한 모습일까요? 어느것이 먼저이며,
중요성의 비중을 수치로 따지면 50 대 50 이 좋은지요?
선생님!정목사님께서 쓰셨던 글입니다.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특징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그리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은 신학무용론이오. 신학은 믿음과 반대되는 용어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오. 신학을 몰라야 교회에 더 충성하고, 순종할 수 있다고 말을 하오. 이런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오. 한국교회의 모든 관심은 교회성장이오. 교회성장과 신학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오. 오히려 거꾸로요. 신학이 없어야만 교회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실제로 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교역자들은 신학적으로 수준이 크게 떨어지오. 교회성장이 교회의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자리하는 한 신학무용론은 피할 수 없소.
교회성장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신앙생활에서 신학의 필요성은 절실하게 느끼지 못할 거요. 물론이오. 신학이 없어도 건전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소. 교회의 공적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나름으로 교회 봉사를 하고, 사회에 나가서 성실하게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소. 그대가 이런 정도로 만족한다면 그렇게 신앙생활을 해도 좋소. 거기서도 신앙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소.
그러나 신앙의 깊이로 더 들어가려면 신학은 필수요. 이는 마치 세속 생활에서 인문학 공부가 차지하는 것과 비슷하오. 인문학, 또는 철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소. 그러나 삶의 깊이로는 들어갈 수 없소. 소유가 무엇인지, 고대 유인원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전쟁은 무엇인지, 성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배우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삶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겠소. 신앙도 똑같소. 하나님 나라, 종말, 부활, 칭의, 성만찬, 초기 그리스도교의 형성역사 등을 모르면서 어떻게 신앙의 깊이로 들어갈 수 있겠소?
오해는 마시오. 신학화가 신앙을 지성화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오. 지성이 곧 믿음이라는 말도 아니오. 지성의 한계도 크오. 신학은 지성이 있느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니라 신앙의 근본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안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원이오. 학교 공부가 많지 않아도 신학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고, 거꾸로 학교 공부가 아무리 많아도 신학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소. 지성이라기보다는 영성이라고 말하는 게 좋겠소. 전교인의 신학자화는 전교인의 영성화라는 말과 같소. 교회생활의 표면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고 근본에 대해서 영적인 촉수를 예민하게 작동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뜻이오.(2010년 12월29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