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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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다비안들께.
날이 갑자기 추워집니다. 사람살이도, 불현듯 뭔일이 생기고, 휩쓸려 가고, 넘어지고, 그러면서도 악착같이 버티며 기도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주는 많이 힘들게 지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암세포가 확 늘어서 애 엄마와 저는 거의 패닉 상태였고, 정말로 두려웠습니다. 금요일에도 암세포가 좀 더 늘었지만, 그래도 주춤했습니다.
여러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고민하다 금요일부터 저용량 항암에 들어갔습니다. 암세포를 적극적으로 공격해 없애서 이식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을 관해라고 하고, 그때는 아주 강하고 독한 고용량 항암제를 씁니다. 저희가 쓰는 저용량 항암은, 암세포를 없애는 것보다 증가를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희가 택한 방법이 '고용량 항암치료를 통한 관해와 그 이후의 이식'이 아니라, 식이요법과 건강 기능 식품 복용을 통해 면역력를 강화시키고, 또 한방 치료제를 써서 암세포를 없애는 것입니다. 다만 이 방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석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 기간 동안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막아야하기에 저용량 항암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입원하지 않고, 인슐린 주사맞는 것처럼 집에서 12시간마다 맞으면 됩니다.
저용량이기는해도 항암제이기에,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ANC(면역력을 보여줍니다)에 영향을 줍니다. 오늘 피검사에서는 이들 수치가 조금씩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암세포는 조금 줄었습니다. 칼날 위에 서있는 기분이 이럴까요?
도희는 잘 지냅니다. 애한테 속사정을 얘기하지 않고 음식과 보조 식품을 먹이는게 때로는 치열한 전투입니다만,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먹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잘 따라주다가도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에리지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독한 생각으로 한 끼 한 끼, 한 봉지 한 봉지 먹입니다.
어쩌면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기도는, 이제는 울부짖음이나 탄원보다는, 보다 단순하고 명료해졌습니다. 그저 하나님께 온전히 맡길 수 있도록 해주시길, 도희를 저희를 불쌍히 긍휼히 여겨주시길,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여전히 두렵고 겁납니다. 금요일의 검사 결과는 또 어떨까, 내 마음을 얼마나 뒤흔들어 놓을까,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맞는 것일까, 이 길이 아니라면? 그럴수록 시편을 떠올리며 시편기자들을 생각합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아, 힘을 내어라. 용기를 내어라.'(31편 24절, 새번역)
다비안들의 기도와 사랑, 경제적 도움에 진심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평생의 은혜로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저희가 당장,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계속해서 함께 기도해 주시길 거듭 부탁드립니다. 늘 고맙습니다. -sg-
자식을 가진 입장에서 뭐라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께 기도 드리겠습니다. 힘내시고 용기 잃지 마세요.
기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