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월31일) 한명숙 사건의 제1심 선고가 있었소. 공교롭게도 종교개혁기념일이었소. 무죄였소. 1년 반 동안 검찰 조사와 기소와 공판이 진행됐었소. 그동안 한 총리가 겪었을 정신적 부담감을 두말할 나위도 없고, 실제 불이익도 엄청났소.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그 사건을 터뜨렸소. 한 총리는 박빙의 차이로 석패했소. 만약 검찰의 개입만 없었다면 십중팔구 한 총리가 당선되었을 것이오. 이번 사건 이전에 또 한 번의 재판이 작년 초에 있었소. 한 총리가 5만 달러를 받았다는 검찰의 기소 건이었소. 그 재판의 1심 선고도 무죄였소.
대한민국의 검찰을 어떻게 보시오? 허무 개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몰염치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이렇게 무능력한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소. 일국의 총리를 지낸 사람을 기소하겠다면, 그것도 연달아 두 번이나 기소를 하겠다면 완벽한 증거를 확보해야만 했었소. 두 번에 한 번은 이기는 승부를 해야만 했소. 그런데 2:0이라는 결과가 나왔소. 재판부의 선고 내용은 여기서 말하지 않겠소. 한 마디로, 검찰이 제시한 기소 이유가 합법적이지 않다는 것이오. 판사도 설득시키지 못하는 이유로 전직 총리를 두 번이나 기소했소. 좀 거칠게 말해도 용서하시오. 그런 검찰에게 나가는 세금이 아깝소.
노무현 전대통령 사건도 이와 비슷해 보이오. 검찰은 포괄적 뇌물죄로 그를 기소했소. 대통령의 변고가 없었다면 수년에 걸쳐서 법정 공방이 벌어졌을 것이오. 그런 공방을 거치고 무죄를 받아낸다고 해서 노 전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거는 아무 것도 없었소. 그 사이에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은 빨대들을 이용해서 얻은 정보를 선정적으로 과장 보도했을 거요. 노무현에게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오. 그의 주변에 있었던 동료, 참모 등등은 누구 말처럼 폐족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오. 그는 그걸 감당할 수 없었던 것 아니겠소?
검찰은 예수 당시의 서기관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이오. 법으로 세상을 정의롭게 하는 지도자들이오. 예수를 빌라도 법정에 세운 이들이 바로 서기관이고, 대제사장이고, 바리새인들이오. 그들은 예수 사건에서 목적을 달성했소.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한 것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했소. 그런 일들은 우리나라에서 비일비재했소. 박정희, 전두환 시절이 그랬소.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했소.
물론 검찰도 재판에서 질 수 있소. 병가상사요. 그들의 능력이 부족한 거야 어쩌겠소. 문제는 정치적 감각으로 접근하는 데에 있소. 정권을 잡은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알아서 이를 처리하는 것이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정치검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승을 더 부리는 것 같소. 주구(走狗)와 다를 게 없소.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503302.html
삼송 님,
이 문제는 법과 인간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마음 먹고 이 문제는 분석하려면
석사 학위 논문으로도 부족할지 모릅니다.
제가 간혹 목사님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경우에
신학공부와 인문학 공부를 강조합니다.
그런 공부가 충분하지 못하면
성경(법)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송 님이 약간 의아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한만호가 발행한 1억원 수표를 한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사용됐는데도
왜 무죄로 선고되었느냐 하는 거지요?
핵심은 그 1억원이 한 총리의 손을 거쳐서
동생에게 갔다는 확실한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어요.
동생은 한만호에게 직접 빌렸다고 말한 거구요.
누구의 말이 옳을까요?
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걸 알겠어요.
그걸 밝혀야 할 책임은 검찰에게 있답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가 가거나 최소한 심증은 가도록 할 책임 말입니다.
동생에게 간 1억원은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요.
그걸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
만에 하나 한총리의 손을 거쳤을지도 모릅니다.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어요.
증거를 찾을 때까지 기소하지 말아야지요.
이런 사건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관점이 두 가지입니다.
1)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이게 칼을 쥔 정부가 해야 할 일이에요.
2) 모든 정치인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활동합니다.
사실 정치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고 봐야지요.
저도 알게 모르게 많은 불법을 행했고, 지금도 행하고 있습니다.
한 총리 주변에서 그런 일들이 적지 않게 벌어졌을 겁니다.
아무리 굳은 의지로 정치를 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주변에서 그를 이용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거구요.
주변털기 식으로 조사를 하기 시작하면
걸려들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정말 힘들 겁니다.
정치검찰이 그런 식으로 만든 사건이 많은 걸 아시지요?
한 총리에 걸린 두번의 형사재판은
검찰이 뇌물(또는 정치자금)을 주었다는 사람의 말만 믿고
조사하고, 그렇게 조서를 쓰고, 그렇게 기소를 했다는 겁니다.
그게 재판부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지요.
그게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검찰의 최고 엘리트가 모였다는
특수 1부와 2부 검찰들이 다 무죄를 먹었다는 겁니다.
오죽했으면 조선일보까지 재판부를 탓하지 않고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겠습니까?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31/20111031028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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