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이제 자연인의 이름이 아니라 보통명사가 되었소. 참 신기한 일이오. 한국사회가 역동적이라는 말인지, 아니면 가볍다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소. 그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말 한 마디로 50% 이상의 지지를 받더니, 박원순 씨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한 뒤로 순식간에 박근혜를 넘어서는 대중적인 지지도를 보이고 있소.
내가 보기에 이건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오. 이 현상은 기존의 정치권이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증거일 뿐이오. 좀더 삐딱하게 보면, 안철수처럼 성공하고 싶다는 대중의 로망이 그렇게 나타난 것이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이들의 상당한 이들이 지금 안철수를 지지하고 있을지도 모르오. 당시에도 대중은 신화를 이룰지 모른다는 로망으로 이명박을 지지했소.
안철수 현상은 겉으로 보면 이명박 정권을 중심으로 한 여권에 대한 경종 같지만 속내를 보면 진보영역에 대한 경고에 가깝소. 안철수 교수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분이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보수요. 그분에 대한 쏠림 현상은 몰상식한 보수에 대한 역겨움이기도 하지만 진보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오. 안철수 현상이 강해질수록 진보의 영역은 줄어드오.
안철수 대권 운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는 대권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오.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오. 이번에 박원순 시장을 도왔듯이 그냥 현재의 자리에서 역사발전에 공헌을 하는 게 좋소. 그게 본인의 가치를 더 높이는 선택일 거요. 굳이 정치를 하겠다면 한나라당을 택하는 게 좋소. 물론 한나라당이 합리적인 보수로 자리매김을 다시 하는 걸 전제로 하오. 지금 민주당의 적지 않은 사람들도 그쪽으로 가야할지 모르오. 그리고 그 대척점에서 실제로 진보적인 사람들이 힘을 합하면 되오.
위의 글을 너무 심각하게 읽지 마시오. 나는 정치 평론가가 아니니 정확하게 판세를 읽을 능력이 없소. 단순히 느낌일 뿐이오. 다시 말하지만 안철수 교수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오. 한국과 같은 정치 세계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소. 어쨌든지 안철수 교수 덕분으로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대세론에 금이 갔다는 것은 잘된 일이오. 몇 달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한국 정치는 정말 재미있지 않소? 지금 재미를 말할 만큼 한가한 시기가 아니지만.